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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전북
  • 기자명 고재홍 기자

내 8대오지 삶 엮은 국내 최초 주민채록 시집 ‘감동’

  • 입력 2021.04.0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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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14일 ‘동상이몽 시집발간’ 출판회 개최

 

[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

“영감 산자락에 묻은 지 수년지나/
백 살에 초승달 허리 이마 주름 뒤덮는데/
왜 어찌 날 안 데려가요이, 제발 후딱 데려가소, 영감”
 
올해 101세 백성례 할머니 ‘영감 땡감’ 시 한 부분이다.
 
국내 8대 오지奧地로 산세가 험했고 삶이 녹록지 않던 완주군 동상면 주민 고된 삶과 구구절절한 사연을 한 권 시집으로 내놓았다.
 
법정 문화도시 완주군은 오는 14일 오후 2시 동상면 학동마을 여산재에서 국내 최초 주민 채록 시집 ‘동상이몽: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 출판회를 갖고 수록 시 낭송과 시집 후일담을 발표한다.
 
270쪽 시집은 ‘호랭이 물어가네’와 ‘다시 호미를 들다’ 등 6부로 총 150여 편을 수록했는데 주민이 울고 웃으며 만든 생생한 삶을 아름다운 속삭임으로 담아내 울림이 크다.

다섯 살 박채언 어린이부터 100세 어르신까지 글에는 고향 홍시감을 먹다 톡톡 뱉어낸 다양한 사연이 시가 되어 감동이다.
 
이 밖에 ‘경로당에서 10원짜리 고스톱을 치고 있다’로 시작하는 ‘경로당 수다1’을 포함한 경로당 시리즈 10편 등 산간 오지 주민 희로애락을 토해낸 주옥같은 시가 와 닿는다. 
 
책 출간까지 박병윤(52) 동상면장 힘이 컸다. 시인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면장 취임 이후 ‘동네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살아온 이야기를 채록해 놓으라’는 제안을 받았다.
 
박 면장은 작가나 출판사에 용역 방안을 검토했지만 수천만 원이 소요되는 데다 코로나로 외지인 대면을 꺼리는 분위기도 심해 직접 나섰다.
 
수필가 국중하 씨는 “동상면 주민이 장엄한 대자연 속에 자연과 인간의 삶을 축으로 해 은밀히 교감한 세계를 보여 준다”며 “‘문화도시 완주군 저력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흥길 소설가는 발문 서평에서 “깊은 산골 동상면에 왜배기 대짜 물건이 돌출했다”며 “친숙한 농경 언어와 토착 정서 때때옷을 입혀놓은 시편 하나하나가 감동적 독후감을 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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