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에게 / 윤제림
꽃이 지니 몰라보겠다.
용서해라.
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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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시를 읽고 “연(蓮)이가 늙었나? 몰라보겠다니.”라고 했습니다. 조금 더 낭만적으로 이 시를 이해하고 싶었던 저는 흠칫 놀랐습니다. 너무 적나라하게 말해버린 그 친구가 미웠습니다. 안 그래도 나이 들어가는 게 서러운 제 앞에서 꼭 그렇게 경박하게 읽어야 하는지 분노가 일기도 했습니다. “원숙해져서 그랬겠지. 싱싱하고 풍성한 나뭇잎으로 뒤덮였는데 그 가냘픈 가지를 어찌 알아보누?” 누가 옆에서 그 친구를 나무랐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마음이 밝아졌습니다. 나이 들어 혹시 첫사랑과 재회한다면 풍성한 잎과 열매를 보시겠습니까? 아니면 늘어난 주름살을 헤아리시겠습니까? 상대가 여러분에게 진정한 꽃이었다면 답은 너무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