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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수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불기2565년 부처님오신날 봉축사, "집착과 어리석음을 떨쳐버려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 입력 2021.05.12 22:34
  • 수정 2021.05.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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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원행스님
총무원장 원행스님

[내외일보] 이수한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불기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봉축사를 발표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봉축사를 통해 “우리 인류는 극심한 병고(病苦)를 앓고 있으며, 신종감염병이 전 세계로 확산된 지 일년 수개월의 기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질병의 고통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라고 하며, “연등회 행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법하게 봉행하지 못했으며, 전국 각지에서 봉행되고 있는 봉축 법요식 역시 제한된 인원의 동참과 철저한 방영수칙을 준수하며 봉행된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불전(佛典)에 ‘담마기금(擔麻棄金)’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삼 덩어리를 짊어지고 금덩어리를 버린다는 뜻으로, 정작 눈앞에 금덩어리가 나타나도 지금까지 지고 왔던 삼 덩어리가 아까워서 차마 그것을 버리지 못한다.”면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우리는 과감하게 지금까지의 습관,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불자들만이라도 오늘부터, 지금 이 순간부터 ‘담마기금’하는 집착과 어리석음을 떨쳐버려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 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또한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생한 신종감염병과 지구의 기후변화가 직접적 인과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미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중중무진(重重無盡)’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하신 바 있습니다. 우리 인류가, 온 우주가, 서로 무한의 연기(緣起)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진리를 더욱 절실하게 깨달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우리 국민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온 인류가 신종감염병의 공포와 고통으로부터 하루 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 발원드린다.”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의 봉축사는 5월 19일(수) 오전 10시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서 낭독될 예정이다.

◆봉 축 사◆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온 겨레에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의 대광명이 충만하고,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축원합니다.

 

온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감염이 장기화됨에 따라 국민과 세계인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와 협력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의료 체계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코로나 대응을 가장 잘 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조차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 줄을 잇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희생이 아주 적은 선진의료국이 되었습니다. 우리보다 열악한 상황에 처한 이웃 나라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좀 더 인내하고, 좀 더 신뢰하면서 팬데믹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신종감염병과 지구의 기후 변화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구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근원적으로 우리의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금 덜 소비하고, 약간의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인류를 살리는 길입니다. 탄소 중립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통해 생명의 건강한 순환을 회복해야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부처님께서는 탐진치 삼독으로 세상이 불타고 있다고 설하셨습니다. 이기적 욕망과 분노 질투는 나 자신과 우리 모두가 공동체 생명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에서 비롯됩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오늘도 세계적으로 갈등과 대립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오랜 불교전통을 유지해 온 미얀마 사태는 우리 마음을 매우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군인에게 호소합니다. 당신들의 무기가 나라 바깥을 향할 때 당신들은 군인이지만, 당신들의 무기가 국민을 향할 때는 당신들이 폭도가 됩니다.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당신들의 의무입니다. 지금이라도 무기를 내려놓는 것이 지혜이며 용기입니다. 미얀마 당국은 북방의 부처님오신날인 4월 초파일부터 남방의 부처님오신날인 4월 보름까지 모든 적대행위의 중단을 선언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갈등과 대립의 전환이 필요한 곳은 먼 외국만이 아닙니다. 한때나마 훈풍이 불었던 우리나라의 남북 관계도 차갑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남북이 대화하고 협력할 때 우리나라가 가장 안전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대화와 협력의 길이 열리도록 불교계가 힘을 모으겠습니다.

 

경전에 담마기금(擔麻棄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삼을 짊어지고 가던 사람이 금을 보았지만 지금까지 짊어진 삼이 아까워서 금을 버리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말입니다. 지혜와 자비 실천을 통해 평화와 행복을 이룩하는 것이 참 좋지만 욕망과 분노로 출렁이면서 살아온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짊어진 삼을 내려놓아도 된다는 것, 내려놓으면 더 좋은 미래가 열린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하겠습니다.

 

우리가 직면하는 삶의 현실은 가볍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부처님이 몸소 보여주신 삶의 길을 따라 가족과 함께 이웃과 함께 도반이 되어 나아가야 합니다. 나아가지 못하면 여기가 고해이고, 나아가는 사람에게는 여기가 불국토입니다. 코로나 19를 비롯한 모든 과제를 나 자신과 우리 사회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디딤돌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오늘의 봉축 법요식에 함께 해 주신 사부대중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부처님의 자비 광명이 온 누리에 충만하기를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불기2565년 5월 19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벽산 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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