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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고재홍 기자

[칼럼] 경남 창녕 ‘비사벌’과 전주 ‘비사벌 초사’

  • 입력 2021.05.3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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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깊은 삼림대를 끼고 돌면/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 다니는/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중략)” 신석정(1907-1974) 시인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다.

1940년대 목가시인이자 참여시인으로 좌우대립에 맘고생을 많이 한 신석정 시인은 부안에서 태어났다. 본명 석정錫正, 아호가 석정夕汀이다. 1930년대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했다. 한용운 영향을 받아 경어체를 많이 사용했다. 1930년 박한영 가르침을 받아 불전도 배웠으며, 6·25 이후 전주고 교사, 전북대 시론강의, 김제고와 전주상고 교사로 근무했다. 1924년 조선일보에 ‘기우는 해’ 발표 후 수많은 명시를 발표했고 39년 첫 시집 ‘촛불’에 이어 ‘슬픈 목가’, ‘빙하’, ‘산의 서곡’, ‘바람소리’를 펴냈다. 현실사회 관심을 갖은 시도 많다. “뜻이 높은 산과 흐르는 물, 자연에 있다”는 ‘지재고산유수志在高山流水’가 좌우명이다. “속된 것을 멀리 한다”는 ‘도연명’ 경지를 추구한 용어다.

부안읍에 석정문학관과 고택, ‘청구원靑丘園’ 및 시비가 건립돼 탐방객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신석정 시인이 살던 전주 고택 ‘비사벌 초사比斯伐 草舍’ 명칭 논란이다. 당시 선생은 전주 옛 지명 ‘비사벌’과 초가집을 뜻하는 ‘초사’를 합해 명명했다. ‘초사’가 포함된 재개발이 이슈가 되자 ‘비사벌’ 명칭 찬반논란이다. ‘비사벌’이 경남 창녕으로 확인됐으므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주시는 시인이 1974년 작고할 때까지 살던 ‘비사벌 초사’가 선생 시문학을 기릴 가치가 크다고 판단해 2018년 영원히 보존할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현재도 전주에는 반점(중국집)·콩나물국밥·유치원 앞에 ‘비사벌’이 붙거나 주택회사 비사벌이 건립한 비사벌아파트가 곳곳에 남아 있다. 문학작품에 쓰이거나, 전주찬가·전북대 교지에 전주 상징용어로 활용됐다.

경남 창녕, 옛 지명 ‘비사벌’은 금관가야(김해)·고령(대가야)·고성(소가야)·함안(아라가야)와 함께 가야에 속했던 ‘창녕 비화가야非火伽倻’에서 유래했다. 삼국지위지동이전에 진한 12국 하나인 ‘불사국不斯國’, 일본서기에 비자발比自㶱, 삼국사기에 비지국比只國·비자화比自火·비사벌, 삼국유사에 비화가야로 나온다. 진한 불사국→비화가야를 거쳐 진흥왕이 신라에 편입 후, 하주(555) 설치에 이어 ‘창녕 진흥왕 척경비(561)’에 ‘비자발’이 확인되며 비사벌군이 됐다. 比·非·不·火는 전부 발음대로 한문을 쓰거나 뜻을 가미해 빛이나 불을, 伐은 벌판·들판을 뜻하는 고을이나 성읍이다. 신라 경덕왕(757) ‘화왕火旺군’을 거쳐 고려 태조(940년) ‘창녕昌寧’으로 불려진다. 모두 ‘빛이나 불처럼 환하고 기운이 창성한 고을’이란 의미다. 화왕산에 불을 지르는 억새 축제는 이런 유래가 있다.

그러나 삼국사기에 “(진흥왕) 16년(555) 봄 정월 비사벌에 완산주를 설치했다”는 기록도 있으나 진흥왕이 전주를 장악한 적이 없어 믿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진흥왕이 창녕 편입 후, 신라인을 창녕에 이주시키는 사민정책으로 기존 비화가야 주도세력이 완산(전주)으로 이동해 지명이 함께 쓰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창녕과 전주가 비사벌로 동시 쓰인 것이라는 주장과 삼국사기 찬자 잘못이라는 등 다양하다. 조선 후기 ‘완산지完山誌’에도 “본디 백제 완산인데 비사벌, 혹은 비자불이라고 했다.”고 기록됐다.

신석정 선생 사위인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는 “‘비사벌 초사’는 시인이 이름을 지은 고유명사다. 이 명칭을 시인의 시에 쓰거나 직접 필사도 하는 등 문학적 의미로 보는 것인데, 뒤늦은 변경은 우스운 일”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올바른 견해다. 미륵사지 사리장엄 발굴로 ‘백제 사택왕후’가 등장해 ‘서동과 신라 선화공주 설화‘ 허구 주장이 대세이나 설화대로 놔두듯 역사는 후손들이 함부로 재단은 금물일 정도로 무수한 변수가 있다. 경남에서 비사벌 초사와 한옥마을 탐방객이 늘고, 전주시와 창녕군이 자매결연을 맺으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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