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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혐심의 시 읽는 아침] 박준의 ‘여름의 일’ 해설

  • 입력 2021.06.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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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일 / 박준

- 묵호

   연을 시간에 맡겨두고 허름한 날을 보낼 때의 일입니다 그 허름함 사이로 잊어야 할 것과 지워야 할 것들이 비집고 들어올 때의 일입니다 당신은 어렸고 나는 서러워서 우리가 자주 격랑을 보던 때의 일입니다 갑자기 비가 쏟고 걸음이 질척이다 멎고 마른 것들이 다시 젖을 때의 일입니다 배를 타고 나갔던 사내들이 돌아와 침과 욕과 돈을 길바닥으로 내던질 때의 일입니다 와중에도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어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던 때의 일입니다 아니 갈 곳 없는 이들만 떠나가고 머물 곳 없는 이들만 돌아오던 때의 일입니다 잠에서 깨어났지만 한동안 눈을 감고 있는 일로 당신으로부터 조금 이르게 멀어져보기도 했던, 더해야 할 말도 덜어낼 기억도 없는 그해 여름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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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연애도 좋은 날만 있는 건 아닙니다. 흐린 날도 있고 때로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도 있습니다. 어느 여름, 묵호에서 당신나는크게 싸웠습니다. 지나고 보니 둘 다 어렸고바다처럼 예측 불허의 상태였습니다. 폭풍을 만난 배들이 가까스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 격하게 다툰 후 영영 헤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더해야 할 말도 덜어낼 기억도 없는 그해 여름이라고 무덤덤하게 회상할 수 있게 되기까지, 이 시의 화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후회와 미련으로 질척이며 고통스러운 후폭풍을 버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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