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기자명 내외일보

<경제시평>일본의 TPP 참가 논란과 배경

  • 입력 2011.11.10 13:23
  • 댓글 0

김광수 경제연구소 일본경제센터장 박 명 훈

일본 정부가 환태평양전략적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일명 TPP) 협상에 참여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TPP는 회원국간에 공산품을 포함한 모든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고 정부조달 시장의 개발, 지적재산권 등 모든 분야에 걸친 비관세장벽을 철폐해 자유화한다는 것으로, 2015년까지 자유화 협상을 마무리해 향후 10년 이내에 모든 관세를 완전 철폐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협상 내용 및 작업팀은 다음과 같다. 공산품, 농산물, 섬유·의류제퓸의 관세 철폐, 금융, 전자상거래, 전기통신 등의 서비스, 공공사업 및 물품의 정부조달 방법, 기술특허, 상표 등 지적재산권, 투자의 규칙, 노동규제와 환경규제의 조화, 무역의 기술적 장애 해결, 무역분쟁의 해결 등이다.

TPP는 2006년 5월에 싱가폴과 부르네이, 칠레, 뉴질랜드의 4개국이 체결하면서 시작된 협정으로, 현재 미국을 비롯하여 호주, 베트남, 페루, 말레지아의 5개국이 협상을 진행 중이며 여기에 일본이 협상 참가를 선언하고 있다. 그 외에 캐나다와 콜롬비아도 참가의사를 밝혔는데, 이중 캐나다는 낙농시장 개방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2010년 10월에 거절당했다. 원래 TPP는 싱가폴 등 4개 경제적 소국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그러나 일본은 2011년 3월에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해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짐에 따라 일본 정부는 그해 5월 TPP 참가시기 결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2010년 10월 칸 총리의 발언 이후 약 1년 동안에 걸친 논의과정에서 42개 현의회가 TPP참가를 거부 또는 신중히 대처, 농업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지난달에는 일본 농협중앙회가 1,100만명의 TPP반대 서명운동 명부를 관방장관에게 전달했으며, TPP참가 반대를 표명한 국회의원은 355명으로 전체 국회의원의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고 밝혔다.

TPP 참가 여부를 둘러싸고 일본 내에서도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내각부와 경제산업성은 참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농림수산성은 반대하고 있다. 일본 재계는 찬성을 주장하는 반면 일본 농협중앙회와 의사회 등은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과 교역량이 큰 중국과 한국이 참가하지 않는 TPP는 일본 입장에서 큰 이득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또한 훗카이도나 이와테현, 오키나와현 등과 같은 농업생산 비중이 높은 지자체는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 역시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모든 의당은 찬성하는 입장인 반면, 공명당과 일본공산당, 사민당, 국민신당, 일어나라일본, 신당일본은 반대 또는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집권당인 민주당도 내부적으로 당지도부는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반대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일본 농협중앙회가 개최한 TPP 참가 반대모임에 110명이 참가하여 TPP참가 반대 결의를 하기도 했다. 야당인 자민당 역시 대체로 반대 의원이 찬성 의원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국민들의 여론도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이 지난 5~6일 이틀에 걸쳐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TPP 참가 반대가 36.1%였으며 참가 찬성이 38.7%로 나타났다. 또 참가할 경우의 일본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부가 충분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17.1%를 크게 상회해, 정부의 조사에 대한 불만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노다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47.1%로 한달 전보다 7.5%나 떨어졌으며 50%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지난 9월 노다내각 출범 이후 처음이다. 노다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34.3%로 한달 전에 비해 6.5%가 증가했다. 또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25.1%였으며 자민당은 20.5%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와 경제계는 왜 갑자기 미국이 주도하는 TPP 협상에 참가를 결정하려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엔화 강세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 엔화 환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달러당 120엔 전후 수준에서 최근에는 75엔대까지 치솟았다. 4년 동안에 무려 45% 이상이나 절상된 것이다. 원화 환율로 치면 금융위기 전에 달러당 930원이던 것이 570원 정도로 치솟은 것이다. 이런 엄청난 엔화 강세로 인해 일본 수출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조금이라도 일본 수출기업들에게 엔화 강세를 보전해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0년 10월을 전후로 일본 엔화 환율은 달러당 80엔선을 돌파하여 70엔대로 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엔매각, 달러매입의 시장개입에 나섰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이었을 뿐 엔화 강세 압력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TPP 협상 참가를 선언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면 후회할 이시각 핫이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