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류 / 신정민
언젠가
이 모든 것이
사유 없는 광기로 몰려갈 것이다
하나의 물결이
바다 깊숙한 곳으로
까닭 없이 미쳐버린 청춘을 끌고 갈 것이다
있었던 이야기처럼 밀려와
이야기할 줄 모르는 시절처럼 사라질 것이다
처음이자 끝일 겨를도 없이
두 개의 초점을 가진 물방울들이
저항할 수 없는 육체를 데리고 갈 것이다
늘 같은 내용이어서 부끄러웠던 고해성사
전쟁 중인 병사를 죽인 불결한 침대처럼 역사는
뜬금없이 혹은 속절없이
돌연
손쓸 수 없는 한 물결이 되어
살아 있는 자들을 가로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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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란 이안류 같은 것입니다. “사유 없는 광기”에 쉽게 휩쓸리기 때문입니다. 불행하게도 시간의 물결은 자비가 없어서 “깊숙한 곳으로/ 까닭 없이 미쳐버린 청춘을 끌고 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저항할 수 없는 육체를” “물방울”처럼 사라지게 할지도 모릅니다. “역사”가 반복되듯이, 젊음과 육체가 사라지고 난 존재는 “손쓸 수 없는 한 물결이 되어/ 살아 있는 자들을 가로채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