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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김희준의 ‘행성표류기’ 해설

  • 입력 2021.08.1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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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 시인의 유고 산문집 행성표류기중에서 / 김희준

  거짓말에 대해 생각한다. 연인을 앗아간 말, 흰 날개와 말을 잃은 개, 세상에서 영영 사라진 이름, 그리고 여름방학. 베개에 얼굴을 묻은 밤을 떠올린다. 사소한 거짓이 어지럽게 떠돌던 행성을 이불 사이에 깔아두던 그때가 생생하다. 어둠에 묻힌 얼굴이 많아질수록 거짓 행성에서 날아온 말이 발화하는 오후는 뜨겁다. 일기에 날씨를 적는 걸 깜박했다. 그보다 그날 내가 얻은 캐러멜 주머니에 대해 정확하게 적혀 있다. 하얀 민소매에 속옷을 입고 맘보를 추는 그는 솜사탕이 되어 금세 사라졌다. 지구에서 발화되는 추상적인 색깔의 거짓말을 나는 맛있게 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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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시인은 만 스물다섯의 나이에 요절했습니다. 스물다섯이라니……. 너무 일찍 떠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작년 9, 만 스물여섯 살 생일날 세상에 나온 유고시집에 이어 올 7월에는 유고 산문집도 출간되었습니다. 이렇게 책으로라도 만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위 문단은 유고 산문집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장국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인은 만우절에 장국영이 떠났다는 사실이 거짓말인 것만 같고, 그가 지상에 머물렀던 사실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나 봅니다. “하얀 민소매에 속옷을 입고 맘보를 추는 그솜사탕처럼 그렇게 금세사라져버리다니, 지구는 거짓말투성이 행성이라고 투덜거립니다. 그런데 어쩌면 좋을까요. 우리에게는 김희준이라는 젊디젊은 시인이 그렇게 금세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이 거짓말인 것만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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