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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불태우고 부르카 준비'... 절망에 빠진 아프간

  • 입력 2021.09.01 17:26
  • 수정 2021.09.0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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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 이교영 기자 =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이후 탈레반은 축포를 터뜨렸지만 그들의 치하에 놓인 아프간 도시 전역은 깊은 절망에 잠겼다. 청바지를 불태우고 부르카를 준비하는 등 아프간 시민들은 공포에 떨며 우울감을 토로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31일(현지시간) 평소와 다른 하루를 맞이한 아프간 시민들의 일상을 보도했다. 아프간 여성 리파 아흐마디(가명)는 탈레반의 방침에 어긋나는 청바지와 다른 옷가지를 태우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아흐마디는 “난 울면서 청바지를 불태웠고 오빠는 나가서 부르카를 사왔다”며 “희망도 함께 불태웠다. 그 무엇도 더 이상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없고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울먹였다.

지난 20년 동안 서구의 지원을 받는 정부 아래서 교육과 고용 등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청년 세대인 아흐마디는 3주전 파라에 있는 세관 사무소에 취직하는 데 어렵게 성공했지만 3주 만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는 “많은 여성들이 탈레반으로부터 사무실을 떠나라는 요청을 받고 쫓겨났다”며 “내 자리엔 수염을 길게 기른 남성이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아흐마디는 외국 기업에 취업해 아프간에서 떠날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1996~2001년)와 달리 유화적으로 통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앞서 지방 경찰청장을 처형하거나 부르카를 쓰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살하는 등 과격한 행태가 전해지면서 탈레반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탈레반 점령 이후 옷차림은 생과 사를 결정 짓는 중대한 문제가 됐다. 아프간 북부 지역의 가장 큰 도시인 마자르-이-샤리프에 사는 자바르 라흐마니(가명)는 탈레반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수염을 기르고 아프간 전통의상을 입기로 결정했다.

라흐마니는 “살기 위해선 그렇게 해야 한다”며 “탈레반 통치 하에서 삶과 죽음은 한끝 차이다. 수염이나 옷차림은 다른 나라에선 매우 사소한 것일지 몰라도 여기선 목숨을 위협하는 투쟁이다”라고 말했다.

무신론자라는 이유로 이전 정부에서도 은신처에서 숨어 지낼 정도로 핍박 받았던 라흐마니는 “한 세대의 꿈이 이렇게 된 것은 탈레반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책임이 있다”며 “이렇게 떠날 거면 애초에 왜 왔느냐”고 분노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아프간에 인도적 재앙이 닥찰 수 있다고 경고하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아프간 인구의 거의 절반인 1800만명이 생존을 위한 긴급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고 3명 중 1명은 끼니 걱정을 하고 있다”며 “또 5세 미만 어린이 과반이 내년 급성 영양실조에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금 어느 때보다 아프간 어린이와 여성, 남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연대가 필요하다”며 “모든 회원국이 도움이 필요한 아프간인들을 위해 최대한 지원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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