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일보] 이교영 기자 = 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서 최고위직에 있던 여성 경찰이 탈레반으로부터 잔혹하게 집단 구타를 당한 사실이 보도돼 충격을 주고 있다.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선언했던 탈레반이지만, 결국 여성 탄압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 내무부 범죄 수사 차장을 지낸 굴라프로즈 에브테카르는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하며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겪은 일들을 털어놨다.
러시아 모스크바 소재 경찰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굴라프로즈는 아프간에서 여성으로서 처음 경찰 고위직에 올랐다. 아프간 내 많은 여성의 '롤모델'이 된 굴라프로즈는 방송과 SNS에서 여성과 아동의 권리를 주장하며 이슬람 극단주의 등에 맞섰다.
하지만 지난달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장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 시절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가혹하게 해석해 여성을 탄압했다. 여성은 어떤 교육도 받을 수 없었고, 일할 수도 없었다.
굴라프로즈 역시 아프간을 탈출하려고 시도했다.
그는 "물도 빵도 없이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 탈레반에 둘러싸인 채 카불 공항 출입구에서 닷새를 보냈다"면서 "어린이와 여성의 죽음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탈출하기 위해 여러 국가의 대사관에 연락을 취했지만 모두 소용없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그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난민 캠프에 도착해 "우리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안전한 나라로 가고 싶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난민 캠프를 관리하는 병사는 굴라프로즈를 시내로 내쫓고 총을 겨누며 "이곳을 떠나라"고 했다.
러시아 대사관 역시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 경찰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음에도 영주권이나 거주권이 없기 때문에 도울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굴라프로즈는 공항으로 이동해 탈출하려 했다. 이 때 탈레반 조직원들이 굴라프로즈를 막아선 뒤 그를 사정없이 구타했다. 그는 "그들의 모든 말에는 주먹이 따랐다"며 "주먹·군화·무기 심지어 돌로 나를 때렸다. 맞고 나선 일어날 수 없었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