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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고재홍 기자

[칼럼] 화천대유禍泉大流·천화동인千火動因과 김영란법

  • 입력 2021.09.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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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중략)/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YS정부 시절 유행했던 신신애 씨 노래다. ‘풍자가요 여왕’ 애칭이 붙은 그녀의 맹맹한 콧소리에 장난기 섞인 목소리는 문민정부에도 부패비리가 만연하는 현실과 결합해 대히트였다. 요지경瑤池鏡은 상자 앞에 확대경을 달고 줄거리가 있는 여러 그림을 들여다보는 장치로 영화 이전 유행했다.

요즈음 '대한민국이 요지경'이란 말이 회자膾炙된다. ‘화천대유·천화동인’ 사태 때문이다. ‘주역’은 천지만물 생성과 운행 원리를 64괘로 설명하는데, 화천대유火天大有와 천화동인天火同人은 각각 64괘 중 하나다. ‘천화동인’은 하늘의 태양 아래 ‘뜻을 같이하는 사람同人’이 모여 특정 목적을 위해 뭉친다는 괘이고, ‘화천대유’는 이들이 하늘에 순응해 천명에 따라 천하를 소유하고 다스린다는 의미다. 각각 불 화자가 들어간 특이한 명칭을 회사명으로 사용했다.

대장동 개발은 이재명 지사가 2014년 성남시장 때 추진됐는데 성남시 대장동 91만여㎡(27만8천평)에 5903가구를 조성하는 1조1500억 사업규모다. LH 공영개발이 금융위기 및 부동산 침체로 사업포기 등을 거쳐 이후 이 시장은 공영개발을 결정했다.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는 2015년 2월 민간사업자를 공모했다. 3월말께 공모 마감 직후,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개발을 추진했다. 성남시 등은 이익금 5503억을 환수해 재정에 보탬이 된 성공사업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2015년 7월 출범한 '성남의뜰'은 공사가 절반 이상 지분을 가졌는데 극히 적은 지분 화천대유 사업주도에 특혜의혹이 불거졌다. 화천대유는 대장지구 중 5개 블록(공동주택4, 연립1)을 시행했다. 분양이익은 현 정부 부동산 폭등과 맞물려 수천억에 달하자 야권에서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이 지사 측, “대장동은 모범적 공영개발이다”는 주장과 “특혜의혹 사업이라 철저 조사해야 한다”는 야당 주장이 첨예하다. 대선과 맞물려 대선 경선후보는 물론 당력을 총동원해 상대방을 특혜의혹 주범이라고 몰아세운다.

이런 과정에 국민의 힘 곽상도 의원 30대 초반 아들이 화천대유에 불과 5년9개월 근무하고 산재신청도 없었는데 50억 지급논란이 불거졌다. 의원직 사퇴압력이 거세고, 28일 한 시민단체가 곽 의원 부자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50억이 뇌물이라는 주장이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화천대유에 입사한 딸에도 아파트 한 채를 지난 6월 6억여 원에 매매했는데 현 매매호가는 15억에 달한다는 보도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몸통’을 이재명 지사로 규정하고 특검 요구 등 맹공을 퍼부으며, 28일 이 지사와 U 전 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K씨 등 9명을 고발했다. 반면, 더민주는 곽상도 아들 문제를 거론하며,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맹공했다. 곽 의원과 일부 법조계 일탈로 여겨졌으나 연루자와 금액이 확대되는 등 일파만파다.

국민들은 매일 수천 명 확진자와 아파트 폭등 및 고물가로 힘겨운데 ‘최순실 게이트’를 능가할지 모를 ‘대장동 게이트’에 분노한다. 공정과 상식은 사라지고 불공정과 몰상식이 난무한다. 그간 정치권은 ‘검찰개혁·언론개혁’ 등을 추진하며 정작 지구상 최고특권으로 뭉친 ‘정치개혁’은 관심조차 없었다. 국회에서 김영란법을 제정해 선물한도를 10만원으로 제한하고, 경기회복을 위해 농축수산업계는 “올 추석 선물가액을 2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으나, “명절마다 특혜를 줄 수는 없다.”며 10만원으로 제한한 정부다. 대선까지 이번 사태를 유야무야 한다면, 국민들은 투표장에서 철퇴를 내릴 것이다. 화천대유禍泉大流(화의 근원인 금전이 대선을 휩쓸 기세이니)·천화동인千火動因(수많은 불이 타오르는 원인)이 될 듯하다. 불을 잘 다스리면 순식간에 성장할 수 있지만, 잘못 다스리면 모든 것을 태운다. 요지경에 복마전이 될지 모를 화천대유·천화동인 사태는 정치권이 나서 강력 수사토록 촉구·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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