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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이병일의 ‘기린의 시’ 해설

  • 입력 2022.01.07 15:14
  • 댓글 0

기린의 시 / 이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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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목뼈는 일곱 개, 내 목의 보호대 핀도 일곱 개

기린은 피가 몰리는 목이 있어 친친 하늘을 열고 닫고 감았지

나는 목 대신 허리가 자랐지 머리통은 작아지고

14천만 년 전부터 기린은 죽지 않고

등뼈의 검은 벼락 무늬를 가지고 수렵 시대를 건너왔지

나의 자랑은 전신 마취를 건너왔다는 것

기린의 뿔에 빛과 물이 흐르는 동안

스스르 잠에 빠진 나는

죽으려고 하는 기린 꿈을 꾸었다

구덩이 파고 들어가는 듯했다

오후의 병실에는 나만 남았다

창 너머로 기린의 그림자가 보였다

나는 바오바브나무가 있는 초원과 뿔을 두고 왔다

, 사막을 지나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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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이 작품은 청소년 시라는 새로운 장르의 시입니다. 시인 노천명은 사슴을 가리켜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저는 사슴이 아니라 기린을 보면 노천명 시인의 시 첫 구절이 떠오르면서 슬퍼지곤 합니다. “하늘에 닿을 것 같은 기린의 긴 목이 고고하면서도 처연한 느낌을 주기 때문일까요……. 어린 시절을 지나 성인기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청소년기, “빛과 물그리고 로 상징되는 높은 이상과 구덩이 파고 들어가고 싶은 잔인한 현실 사이의 괴리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바오바브나무가 있는 초원과 뿔을 두고길을 떠난 이 작품 속 기린은 인생이라는 뜨겁고 메마른 사막의 입구를 막 지나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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