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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마경덕의 ‘귀천(歸天)’ 해설

  • 입력 2022.01.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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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천(歸天) / 마경덕

 

산 중턱이 누군가를 지우고 있다

 

오래전 이곳을 지나갈 때

앳된 여자가 엎드려 울던 곳이었다

 

이듬해

붉은 사과 하나가 발치에 오도카니 놓여있었다

 

억새가 봉분을 올라타고 히이잉 늙은 말소리로 울 때

사람의 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무심코 밟고 지나간

납작한 흔적은

천천히 쉬지 않고 가라앉는다

 

내가 바라보는 동안에도

 

캄캄한 안쪽의

안쪽으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끝내

 

무덤은 무덤에서 벗어나고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라는 존재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심장이 멈추고 마지막 호흡이 육신을 떠난다고 해서 어떤 존재가 곧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를 기억하는 사랑하는 사람들마저 세상을 떠나고 나면, 그때 진정한 의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그 아프고도 잔인한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앳된 여자가 엎드려 울던새 무덤은 머지않아 붉은 사과 하나가 지키는 평범한 무덤이 됩니다. 세월이 조금 더 흐르면 억새가 봉분을뒤덮고 사람의 기척은 들리지않게 됩니다. 그리하여 천천히 쉬지 않고 가라앉던 봉분이 평평해져 그곳이 무덤이었다는 사실조차 잊히게 되면, 무덤의 주인은 비로소 진정한 안식을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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