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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일자리’를 쉽게 여기는게 문제

  • 입력 2011.11.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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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 이 상 용

동물의 세계를 보면 백수의 왕이라고 하는 사자가 사냥을 할때 얼마나 힘들게 하는가를 알 수 있다. 풀을 뜯는 초식동물에게 몰래 접근하기 위해서 몇 시간이고 풀숲 사이로 살금살금 기어간다. 그렇게 엎드려서 기어가면 들판에서 열매를 주워먹던 새들이 놀라 어지러이 공중으로 날아 초식동물들은 사자가 온 줄 알고 귀를 쫑긋하고 경계를 한다. 사자가 들킨 줄 알고 무리들에게 급하게 달려들면 그들은 죽기 살기로 쏜살같이 달아난다. 사자가 먹잇감과의 거리를 충분히 좁히지 못한 상태에서 쫓아가면 사냥은 대부분 실패한다. 왜냐하면 초식동물은 장거리 뛰기 선수인 반면에 사자는 단거리 선수이기 때문에 오래 추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자는 이 경우 운 좋으면 잘 뛰지 못하는 약한 동물을 쓰러뜨려 겨우 허기진 배를 채운다.

한 개인이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서 가장 어려운 일은 ‘일자리를 스스로 만드는 일’이다. 그 다음에 어려운 일은 ‘일을 잘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일은 ‘일을 하는 것’ 자체이다. 사자가 사냥하는 것처럼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일 잘하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물며 ‘일자리를 새로 만든다’는 것은 창조적이고 열정적이고 능력이 뛰어나야 할 수 있으므로 그런 일은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가능하다.

자식 둔 부모들이 홍역을 치르는 ‘공부’는 어느 정도의 일일까? ‘공부’가 가장 쉽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맞는 것 같다. ‘공부’는 일로 치면 가장 아래 단계에도 못 미치는 ‘쉬운 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기업주들에게 가장 섭섭하게 생각할 때가 언제냐고 물어보면 종업원들이 월급이 그저 나오는 거라고 여길때라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종업원들은 월급날이 되면 월급 나오는건 당연하고 그럴 능력 없으면 기업을 하지 말아야 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베이비부머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는데 이들은 소위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냉온탕’을 다 경험한 세대이다. 베이버부머들이 어렸을때는 일자리 자체가 없어서 모두가 가난하게 살았다. 그러다가 그들이 직업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때는 한국 경제가 막 성장하기 시작하던 시기여서 일자리가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경제 확장기에 있었다고 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일 쇼크로 인한 굴곡이 적지 않았고 기업들의 부침이 극심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면 일자리가 넘쳐났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그런 풍랑 속에 많은 눈물과 기쁨이 교차했던 험난한 시기를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베이비부머들은 처음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에 나왔을때 일자리를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릴때 부모들이 형편없는 일자리에서 박봉으로 가족을 힘겹게 부양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시골에서 십원짜리 한 장도 구경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너무나 선명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이런 힘든 시절을 지나왔던 베이버부머들조차도 지금은 일자리를 당연하게 여기며 정부를 원망하고 사회를 한탄하는 것 같다. 아마도 자기 자식들이 취직 못하는게 너무 안타깝고 기가 막혀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영업의 실패율이 90%가 넘는다. 자영업은 비교적 단순한 업종임에도 이처럼 실패율이 높다. 이 자영업에서 성공해야 다음 단계인 중소기업으로 발전되고, 중소기업을 아주 잘 경영해야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대기업은 정말로 천신만고 끝에 도달할 수 있는 극상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이런 자영업을 성공시키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스스로 만들어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공부 잘해서 용케 직업을 얻은 일부 지식인들이 기업을 가볍게 여겨 함부로 말을 하고 세상 불만에 동조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우리가 벤치마킹 해왔던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도 결국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 오늘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일자리란 원래 만들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사자가 사냥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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