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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고재홍 기자

고흥高興·고흥高興, 날았다, 보아라 누리호를

  • 입력 2022.06.2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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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 고재홍 기자 = “떳다 보아라/안창남의 비행기/내려다 보아라/엄복동의 자전거~” 노래가 있다. 1백 년 전인 일제강점기 1922년 귀국해 12월 ‘안창남’(1901~30)이 그가 몰던 한반도 지도가 그려진 영국제 금강호金剛號를 타고 모국방문 비행 때 유행한 노래다. 한 달 전, 도쿄~오사카 왕복비행대회에서 일본인을 물리친 직후다. 1920년대 자전거 경주에서 일본 선수를 제치고 우승을 독차지한 ‘엄복동’(1892~1951)을 묶어 부른 노래다. 한파가 몰아치던 여의도 백사장에 안창남 비행을 보러 온 인파는 서울인구 1/6인 5만에 달했으며, 상경 인파로 남대문역은 하루 4회 임시열차를 운행했다. 당시 신문은 “꿈인 듯 생시인 듯 어쩔 줄 모르고 황홀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인을 족족 물리치고 우승한 육상의 여제, ‘현금녀‘까지 합친 “날개로는 안창남, 수레로는 엄복동, 다리로는 현금녀” 등 유행어가 생길 만큼 유명했다. 식민지 조선인이 일제에 대한 울화 해소에 도움이 됐다.

이제 대한민국 기술로 개발된 최초 우주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발사돼 2022년 6월 21일 지구 상공 7백㎞ 궤도에 위성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고흥高興군 봉래면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는 우주로 향한 장도를 돕듯 구름은 있었으나 바람과 비가 없이 좋았단다. 발사시점에 화창해져 오후 4시 누리호는 우주센터를 이륙해 16분 비행 끝에 정상궤도에 위성을 올려놓았다. 30년 고생 끝에 대한민국이 ‘10대 경제강국’을 넘어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했다.

나로우주센터에서 10㎞ 떨어진 고흥 우주발사전망대에는 전국에서 몰린 2천여 인파로 북적였단다. 안창남이 여의도를 이륙해 서울 일원을 비행하던 시절에 비해 TV 생중계로 인파가 적었고, 누리호 이륙장면은 산에 막혀 TV화면으로 봐야 했으나 열기가 대단했다고 전한다. 만세와 박수·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단다. 전국에서 방송을 지켜보던 국민들도 가슴 벅찬 감격을 느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누리호 발사 과정을 지켜봤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우주로 가는 길이 열렸다. 30년 지난한 도전의 산물이었다. 국민, 우리 청년 꿈과 희망이 우주로 뻗어나갈 것”이라며 “애써 주신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과 함께 많은 기업과 산업체 관계자께 감사드리고 국민을 대표해 치하드린다. 과기부 직원도 고생 많이 하셨다”고 격려했다. 이어 “정부도 제가 공약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항공우주청을 설치해 항공우주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각국 외신도 누리호 발사 성공을 보도했다.

무엇보다 연구진과 과기부, 관련 기관 및 기업은 물론 우주산업에 대해 관심을 쏟은 역대 정부 공로도 적지 않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며, 한국은 세계 7대 우주강국에 합류했다. 러시아·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인도에 이어 7번째로 실용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린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과 함께 분단국가가 우주강국 반열에 오른 것이다. 1993년 6월 한국 최초 과학 관측로켓KSR-I(Korean Sounding Rocket-I)이 발사된 지 30년 만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2027년까지 누리호를 4차례 추가 발사해 발사 신뢰도와 정확성을 확보하고, 2031년 달착륙도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정부와 각계각층 관심과 예산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우주로 가는 길‘은 이제 시작이다. 1960년대 미국과 구소련 우주경쟁은 치열했다. 최초 우주인 소련 ’유리 가가린‘이나 ’아폴로 11호‘ 달착륙을 지켜보며 부러워하던 젊은 시절을 미래 세대에 물려줄 수 없다. 일본인 소유 영국제에 한반도 지도를 그리고, 금강호라 칭한 비행기를 몰고 서울 상공을 날던 ’안창남부터 누리호까지‘ 하늘과 우주를 향한 한민족의 꿈은 지대하다.

20여 년 전, 가족과 함께 소록도를 거쳐, 내나로도(동일면)·외나로도(봉래면)를 교량을 통해 여행할 때만해도 한적한 섬이었는데 이제 한국 우주 전초기지가 됐다. 고흥高興이란 지명은 ‘한창 일어나는 흥‘이란 뜻이 있지만, “높이 날아 흥해진다.“는 의미가 담겼다. 그런 의미에서 ”高興·高興/날았다, 보아라/ 한국인의 누리호를~“이란 노래가 절로 입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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