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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고재홍 기자

반지하·맨홀·지하주차장!

  • 입력 2022.08.1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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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 고재홍 기자 = 지난 8일 이후 서울·경기·강원 등 중부지역 폭우와 전북·충남 등 15일 오후 6시 기준 전국에서 사망 14명, 실종 6명, 부상자 26명 등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수도권은 기상관측 이후 115년 만에 가장 많은 폭우다. 하루 400mm 넘게 쏟아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등 연간 강수량 40~45%가 며칠 사이 내리는 기록적 폭우였다. 수도 서울 곳곳이 강물처럼 거센 흙탕물이 넘쳐났다. 12일 오전 10시까지 보험사에 접수된 침수차량은 총 9986대에 손해 추정액은 1422억여 원이다. 최종 1만대를 넘을 조짐이다.

재산 손실은 정부와 기업 및 국민 모두 힘을 합친다면 극복할 수 있다. 회복 안 되는 것이 인명피해다. 가로수를 정비하던 구청 직원이 감전으로 숨지는가 하면, ‘반지하’와 ‘맨홀manhole’ 및 ‘지하주차장’이 최대 인명피해 위험지역으로 부상했다. 생존이 극히 힘든 침몰선 객실이 된 셈이다. “재난도 평등치 않고 취약계층 피해가 집중됐다.”

8일 밤에는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가 잠겼는데, 40대 자매와 10대 딸이 숨졌다. 출입문은 급류 압력으로 안에서 문을 열수 없고, 방범창은 내·외부에서 쇠창살을 뜯어낼 수 없어 도심 거주지에서 익사했다.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에서 50대 여성이 고양이 데리러 들어갔다가 사망했다. 서초구에서는 40대 남매가 하수구 ‘맨홀’에 빠져 숨졌고, 차량을 확인하러 ‘지하주차장’에 내려간 남성도 급류에 생을 달리했다. 하수구 역류로 뚜껑이 열린 것을 도로침수로 발견치 못하고, 맨홀에 빠져 급류에 휩쓸리거나 잠시 차량을 보러 내려간 지하주차장에서 사망헸다.

반면, 신림동 ‘반지하’에 들이닥친 물로 고립된 29세 청년이 주민과 다른 시민이 합세해 한 시간여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머리 하나 틈새도 없을 정도 천장까지 물이 찬 순간에 방범창을 깬 ‘신림동 의인들’ 덕분에 기사회생했다.

외신들도 호우피해가 집중된 ‘반지하’ 발음대로 ‘banjiha’라 표현했다. ‘반지하’는 ‘semi-basement house’(준 지하·절반 지하 주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빈곤층이 사는 ‘반지하’ 주거형태가 영화 '기생충' 배경으로 활용됐다고 보도했다.

반지하와 지하주차장이 홍수에 극히 취약했다. 침수차량도 도로나 (지하)주차장에서 대거 발생했다. 김신조 등 1968년 1월 21일 북한 게릴라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하러 침투한 사건 직후, 박정희 정부는 1970년 건축법을 개정해 전시에 모든 신축 저층 주택 지하를 벙커로 사용토록 했다. 산업화로 이농인구가 집중돼 주택부족이 심각하자 1980년대 저소득층 주거공간이 됐다.

반지하 사망은 이번 뿐 아니다. 2010년 9월 태풍 곤파스에 수도권에서 6명이 사망하고 1300여 명 이재민이 발생했다. 반지하 주택 피해가 커 당시 정부는 상습침수지역에 주거용 반지하 주택을 짓지 못하도록 건축법을 고쳐 고시원이 많이 증가했다. 이후에도 반지하 주택은 계속 지어져 2만 가구로 가장 많은 관악구 등 서울에만 20만 가구로 전체 가구 5%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하·반지하를 없애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공공임대 주택으로 이전을 추진한다. 그러나 20만 가구 반지하를 없애는 것은 장기계획일 뿐이다. 가뜩이나 주택이 부족해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폭등으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탈출한 전세난민이 엄청난데 ‘건물주 재산권 침해’와 ‘반지하 주민소득’을 도외시했다. 옥탑방 및 고시원과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해 반지하를 없애고, 고층 아파트나 주택 등 용적률 상향 대책도 아쉽다.

우선, 반지하 내부에서 방범창을 통해 탈출토록 구조를 바꾸고, 별도 비상구도 설치해야 한다. 맨홀은 도로에서 하수구나 터널로 드나드는 구멍이다. 그러나 하수구 급류가 맨홀 뚜껑을 없애버려 사람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위험성이 노출됐다. 뚜껑 아래 엄청난 수압에도 견딜 강철망을 설치해 유사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하주차장도 침수 시 외부로 탈출할 계단 등을 설치하는 등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반지하를 없애는 것은 장기계획일 뿐 인명피해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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