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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한창옥의 ‘모녀’ 해설

  • 입력 2022.08.2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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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 / 한창옥

 

생선뼈를 발라내는 당신의 접시는 생선뼈입니다

내 접시에 쌓인
부드러운 살코기가 뼈 접시를 봅니다

생선국물 배인 뼈가 맛있다고
뼈를 발라낸 생선살을 거푸 얹어 줍니다

발려낸 뼈처럼 가느다란 저녁노을은
철없는 눈가를 붉게 찔러댑니다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은
입 안 가득 살을 떠먹는 숟가락질이라고
내 마음에 뜨거운 것이 가득 고입니다

살코기접시는 물살만 포개놓고 자꾸 비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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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이 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유명한 동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소년은 나뭇잎을 모아 왕관을 만들기도 하고 나무줄기를 타고 오르기도 하면서 나무 그늘에서 성장합니다. 시간이 흘러 소년이 성장하자 나무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어느 날, 소년이 다시 찾아오자 나무는 소년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었습니다. 다시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소년이 찾아왔을 때, 밑동만 남은 나무는 그가 앉아서 쉴 곳이 되어주었습니다. 이 동화가 오래도록 사랑받은 이유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이보다 더 잘 비유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부모는 자식 밥그릇에 살코기를 발라 얹어 주는 그런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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