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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신미균의 ‘폭탄 돌리기’ 해설

  • 입력 2022.09.15 17:35
  • 댓글 0

폭탄 돌리기 / 신미균

 

심지에 불이 붙은 엄마를

큰오빠에게 넘겼습니다

 

심지는 사방으로 불꽃을 튀기며

맹렬하게 타고 있습니다

 

큰오빠는 바로 작은오빠에게

넘깁니다

 

작은오빠는 바로 언니에게

넘깁니다

 

심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 넘깁니다

 

내가 다시 큰오빠에게 넘기려고 하자

손사래를 치며 받지 않겠다는 시늉을 합니다

작은오빠를 쳐다보자

곤란하다는 눈빛을 보냅니다

언니는 쳐다보지도 않고

딴청을 부립니다

 

그사이 심지를 다 태운 불이

내 손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엉겁결에 폭탄을

공중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엄마의 파편이

우리들 머리위로

분수처럼 쏟아집니다

 

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사회가 빠른 속도록 고령화되면서 노인 간병 문제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핵가족화되면서 예전처럼 무작정 아들네 집에 몸을 의탁하기도 힘들어졌고,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기가 팍팍하기 때문에 딸이나 며느리의 간병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로한 부모가 장기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형제들끼리 서로 간병 의무를 떠넘기기 바쁩니다. 부모님이 마치 심지에 불이 붙은” “폭탄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가족 간병이 아닌 사회적 간병에 대한 논의가 점점 힘을 얻고 있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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