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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김주대의 ‘가차 없이 아름답다’ 해설

  • 입력 2022.09.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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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 없이 아름답다 / 김주대

 
빗방울 하나가
차 앞유리에 와서 몸을 내려놓고
속도를 마감한다
심장을 유리에 대고 납작하게 떨다가
충격에서 벗어난 뱀처럼 꿈틀거리더니
목탁 같은 눈망울로
차 안을 한번 들여다보고는
어떠한 사족(蛇足)도 없이 미끄러져, 문득
사라진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어떤 계산이나 “사족(蛇足)도 없이” 장렬히 몸을 던져 사라지는 것들에게는 처연함을 넘어서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가차 없이” 유리창에 몸을 던지고는 “납작”해져 파르르 떨다가 “목탁 같은 눈망울로/ 차 안을 한번 들여다보고는” “문득” 사라져버리는 빗방울 하나……. 짧은 사랑처럼, 뜨거웠던 젊은 날의 열정처럼, 요절해버린 천재 예술가처럼, 짧은 순간 모든 것을 “가차 없이” 불사르고 영원 속으로 사라지는 일이 어찌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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