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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언론의 자살보도와 베르테르 효과

  • 입력 2011.12.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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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전 여고생 자살사건이 보도 된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아, 지난주 대구에서 또다시 중학생이 동료들의 폭력에 시달려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사건과 관련해 해당학교 교장의 직위를 해제했다고 한다. 교장의 직위해제만이 능사가 아니라 이번사건을 통해 다시 한 번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의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교육에서 자아정체성 형성과 생명존중에 대한 의식함양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교육현장에서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과 학교의 교육문화조성이 제대로 형성되고 있는지 그 답변을 듣고 싶다. 아울러 가정에서도 오죽 생업에 급급할지라도 우리 자녀들이 평소와는 다른 행위나 습관이 드러나거나, 행여 우울하거나 엉뚱한 생각으로 위험요인이라도 있는지, 늘 세심하게 관찰하여 조기에 발견하고 자살행위로 연결되지 않도록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지도와 정신적 치료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9년 한 해 동안 자살이 1만5413명으로 하루 평균 자살이 42.2명이라고 한다. 카이스트학생 4명이 연달아 자살하는 등 대학생 자살건수가 2001년 이후 연평균 230건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자살률이 높다는 헝가리는 19.8명, 일본은 19.7명, 핀란드는 17.3명이다. 차이점은 이 나라들은 자살률이 줄어드는 추세인데 한국은 반대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1985년 10.2명이었던 것이 2006년 21.5명을 거쳐 2009년에는 28.4명이나 된다. 또한 자살 증가속도도 OECD 중 1위이며, 20대와 30대의 사망 원인 중 자살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OECD에서 실질적으로 자살률이 늘어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셈이다.

자살을 하게 되는 요인들은 사회학적으로 많이 연구되고는 있지만, ‘왜 청소년들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1위인가’ 하는 점은 우리사회가 깊이인식을 하고 철저히 예방해야 할 과제이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급증함은 물론 사이버공간을 통한 10대 사이버범죄가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학부모들의 불안감과, 사회의 우려목소리가 크지 않을 수 없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10대 사이버범죄는 전체 사이버범죄 12만2227건 가운데 26.6%인 3만2512건을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 휴대폰, 스마트폰 등 손쉽게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사이버공간이 범죄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은 이번 대구 중학생 유서에서 밝혀져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이 급증되어 SNS, 트윗터 등의 사용이 악용되고 있어, 이로 인한 지난해 세계 사이버 범죄 피해자가 4억30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사이버 범죄 발생이 4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3만3289건이던 사이버 관련 범죄는 2005년 7만2421건, 2009년 16만4536건으로 4배 가량 폭증했다.

그동안 인터넷을 통한 괴담과 악성 댓글로 인해 연예인들과 많은 청소년들이 귀한 생명을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져왔다. 몇 년 전 삶의 온갖 역경을 딛고서 구김살 없는 모습으로 안방극장에서 시청자들의 사랑과 최정상의 인기를 한몸에 받아왔던 고 최진실씨의 돌연한 선택 역시 악성댓글의 피해자로 밝혀져 그를 아끼는 모든 이들의 충격과 안타까움이 더했고 애도의 마음이 더욱 컸던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저명인사나 인기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이 있을 때 마다 잇따라 자살 사망율이 증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기 연예인을 비롯해서 전국 도처에서 이를 모방한 자살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났다. 최근 보도된 보건복지가족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지금까지 국내 인기 연예인이나 유명인사의 자살보도 이후 이를 모방한 일반인들의 자살사건이 증가한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자살전염병이라고도 함)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입증 해 주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란 독일의 문호 괴테가 1774년 그의 대표작 '젊은베르테르의 슬픔' 작품에서 주인공인 베르테르의 권총 자살내용의 소설이 나온 이후 이탈리아, 독일, 덴마크 등 유럽 여러 도시에서 젊은이들의 모방 자살이 크게 늘어나자, 이런 현상을 두고 ‘베르테르 효과’로 부르기 시작했다. 베르테르효과 연구는 1974년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필립스에 의해 발표 됐으며, 이후에도 스티븐스택교수에 의해 언론의 자살보도가 소설이나 영화 속의 자살보다 후속자살에 미치는 영향이 4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 되었다. 자살 행위가 언론이나 영화, 문학에서 영향을 받아 전염 된다는 것은 그동안 사회학자들의 여러 연구결과 이미 입증 되어왔다. 특히 연예인이나 유명 정치인의 자살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는 일반인 자살의 경우보다 후속 자살을 일으킬 가능성이 14.3배나 된다고 한다. 언론이 구체적인 자살 사망 방법을 묘사 하거나 세밀히 알려 줌으로써 제2, 제3의 자살사고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자살 시도율이 작년도에는 5.5%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모방심리 영향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유명 인사들의 자살이후 모방 자살이 잇따르자 지난 2004년에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자살예방협회,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제정한 언론보도권고 기준을 마련하기도 했다. 언론의 자살보도에 대한 자율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자살 보도가이드라인이 공표 된 것이다. 자살에 대한 보도와 국민의 알권리도 매우 중요하지만, 자살의 전염성을 감안하여 자살 보도에서 그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권고한 내용이다. 권고 기준에는 자살을 영웅적 행위나 낭만적 해결책처럼 포장 하거나, 자살 방법을 자세히 설명 하거나, 유명인의 자살을 주요 기사로 다루는 보도의 자제를 권유하고 있다.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자살동기를 판단하는 보도나, 자살 동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언론보도에서 자살에 대한 편견과 정신적 충격으로 그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이 겪을 고통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자살은 전염력이 매우 강하고 목격자, 가족, 동료, 친지 등 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문제임을 감안하여 언론보도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언론은 국민들의 알권리와 정보욕구를 충족시켜 줄 의무가 있다. 그러나 과도하고 신중하지 못한 보도가 자칫 자살풍조를 부채질 한다는 사실도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방송통신융합에 따른 정보화의 발전으로 누구나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자살방법의 지나친 묘사와 추측성 보도, 그리고 괴담이나 악성루머 등 은 자살을 조장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자살이 언론의 보도의 대상 이지만, 자살보도가 청소년을 비롯한 공중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예민성과 그에 따른 충분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인터넷의 괴담, 헛소문, 악성 댓글로 인한 명예훼손피해가 2008년 한해에 4천9백건이며 2009년에 5천건이 넘게 접수됐으며 4천7백명이 검거 됐다고 한다. 최근 3년간 사이버 명예훼손 범죄가 3배가까이 늘어났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에서 악성댓글과 괴담 등 에 대한 사이버모욕죄와 인터넷실명제 적용사이트를 확대하는 법안을 추진해 왔으나 아직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개인의 인권보호와 표현의 자유란 명분으로 찬반논쟁을 벌여만 왔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겠지만 민주국가에서 남의 귀한생명을 앗아가고 남을 비방하고 해악을 끼치는 자유까지 보장 되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어떤 형태로든 사이버폭력을 규제하고 응징해야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 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 입장만 내세우고 무조건반대만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인터넷과 SNS 등 책임있는 시민들의 건전한 소통 공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하루속히 괴담공화국 자살공화국의 불명예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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