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눈사람 / 안민
눈사람
- 안민
그대가 건네준
파란
목도리를
두른 채 술을 마시는데
겨울이 왔다 백 년 후의 십이월
진눈깨비 같은, 그즈음 독재국가
에선 어린 여자를 사랑한 남자 먼
길을 떠났고 안녕하지 못한 어느
시인이 본적을 파냈고 매혹적인
유부녀는 이혼을 모색하였다
낙타는 제 눈물을 마시며
저녁 사막을
횡단하였고 난 이유도 없이 어두웠
고 …입이 있지만 말 없음을 용서 바랍니다 목
이 참 따뜻하여 사랑하지 않아도 되어 슬펐고 슬픔이
아득하게 차가워 쉽게 녹지 않을 거라 여겨 불행하지 않
았다 목이 포근하였으므로 비윤리적이었고 몰락에 집중하였
고 내 유성만 바라보았다 겨울은 깊어 그대 건네준 목도리 빛
깔처럼 본향 카시오피아는 푸른 바람 펄럭였고 난 좀체 녹지
않았고 …아, 눈이 있지만 바라보지 못함을 용서 바랍니다 그
러니까 고백하자면 나는 목 이외엔 모두 가난하였다 … 내가
여전히 둥글게 보입니까 자주 질문하였고 그러면 밤하늘 카
시오피아는 셀 수 없을 만큼 나를 낳았다 하얗게 흩날리던
내 영혼이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그대 눈 안에서 도 밖
에서도 목도리 포근한 올처럼 평화로웠는데 나는
아무도 몰래 해빙 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정말이지
아무도 몰래 누군가 내 몸을 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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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깊어야 사람이 되는 존재가 있습니다. 몰락에 집중할 줄 알기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바라보면 언제나 겨울인, 그가 목에 감아 준 목도리가 만드는 푸른 바람에 한없이 흔들릴 줄 아는, 사람 아닌 사람이 있습니다. 눈이 있지만 바라볼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몸은 녹았으나 마음은 좀체 녹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하얗게 말라버려야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