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이용임의 ‘사월’ 해설

2022-03-25     최형심 시인

사월 / 이용임 

 

꽃들이 내 심장을 낚아채 달아나고 있어
길게 소리 지르며 그녀가 웃을 때


허공을 나는 것들엔 발이 없고
지상의 길엔 온통
신발을 잃어버려 차디찬 발자국들만
빛난다 맞잡은
손을 놓치고
놓치며 다른 계절로 달음질쳐 들어갈 때 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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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겨울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머나먼 여정을 마치고 다시 봄의 자리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며칠만 더 기다리면 메마른 가지에서 터져 나온 꽃송이들이 사방에 날리고, 덩달아 아무 일 없이도 가슴이 두근거릴지도 모릅니다. 지난겨울 눈발 아래 차게 빛나던 발자국들 위로 꽃잎이 떨어져 내리고 나면, 꽃그늘 아래 맞잡았던 두 손을 놓친 이들이 서둘러 “다른 계절로 달음질쳐” 가는 모습을 보게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