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김언의 ‘언제 한번 보자’ 해설

2022-04-01     최형심 시인

언제 한번 보자 / 김언

 

  삼월에는 사월이 되어 가는 사람. 사월에는 오월이 되어 가는 사람. 그러다가 유월을 맞이해서는 칠월까지 기다리는 사람. 팔월까지 내다보는 사람. 구월에도 시월에도 아직 오지 않은 십일월에도 매번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사람. 우리가 언제 만날까? 이걸 기약하느라 한 해를 다 보내고서도 아직 남아 있는 한 달이 길다. 몹시도 길고 약속이 많다. 우리가 언제 만날까? 기다리는 사람은 계속 기다리고 지나가는 사람은 계속 지나간다. 해 넘어가기 전에 보자던 그 말을 해 넘어가고 나서 다시 본다. 날 따뜻해지면 보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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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언제 한번 보자는 말만큼 무책임한 말도 없습니다. 십대 후반을 함께 보낸 단짝이 스물다섯에 자살했을 때, 가장 후회된 것은 언제 한번 보자고 말해 놓고서 미루고 미루다 끝내 못 본 것이었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아서 나중에 시간나면 챙겨야지 하다보면 정작 시기를 놓쳐 소중한 것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가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인연도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날 따뜻해지면보기로 한 사람이 있다면 꽃이 지기 전에 꼭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