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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갈등 현장으로 변한 학교

  • 입력 2012.01.2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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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 이상용

지난 2010년 6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돌아왔다. 1심법원이 그에게 벌금 3천만원을, 2억원을 받은 박명기 교수에게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돈을 준 측보다 받은 측이 더 엄한 처벌을 받은 양형이 상식에 맞지 않아 보인다. 아직 두 번의 상급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벌금 3천만원은 당선무효형이다. 그런 곽노현씨가 교육감 자리로 복귀하자 마자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

국민들은 재판의 복잡한 규정과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내용에 대해서 더이상 알고 싶지 않다. 다만 깨끗해야 할 교육계가 왜 돈이 오고 가야 할 정도로 혼탁해졌는가에 대해 도무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1심 판결이라고 해도 당선무효형을 받은 사람이 즉각적으로 복직되는 것도 거부감이 느껴지는 터에, 문제가 많다는 학생인권조례부터 정부 방침에 맞서서 서둘러 처리하려고 하는지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즐겁게 뛰놀기에도 바빠야 할 학교가 노동 현장보다 더 심한 갈등의 장으로 변하고 있는 현상을 우리는 말없이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것은 학교에 수십 만 명의 교사들이 있고 그들이 내국세의 20% 이상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갖다 쓰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 교육계의 수장이 되면 인사권과 재정권을 통해 어마어마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정당을 비롯한 외부세력들이 학교에 ‘눈독’을 들이고 ‘눈치’를 보는 이유는 충분하다고 하겠다. 아마 처음에는 교사들도 순수한 소명감을 갖고 출발했을지도 모른다. 거창한 대의명분에 직업적 이익을 조금 담아도 외부 사람들은 모르고 칭찬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고로 무슨 단체든 엄격한 자정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이기주의로 오염되기 마련이고 여기에 외부세력들이 끼어들면 이상한 모습으로 변질된다.  오늘날 교육현장이 혼탁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사들이야 그렇다 치고 우리의 관심은 무엇보다 학생들이다. 그런데 교사들이 학생들을 마치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대하려고 한다.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해준다고 하는데, 학부모와 정부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학교 안의 일이므로 교육계와 교사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지극히 오만한 발상이다.

학생과 학교는 몇몇 이상주의자들이 위험하게 실험하는 대상이 결코 아니다. 한 가정을 부양해야 할 직업인을 기르는 곳이고 국가의 동량과 시민을 양성하는 장소이다. 학교 문제는 모든 당사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합의하여 처리되어야 마땅하다.

학생인권조례를 보면 매우 위험한 조항들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미성년자들에게 방종에 가까운 자유를 주겠다는 것인데, 규범을 존중하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자율적 시민을 길러내야 하는 교육 목적을 훼손하고 있다. 더욱이 동성애 등 성적취향에 따른 차별금지 조항은 그릇된 성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동성애 조항을 이미 학생인권조례로 채택한 다른 시도에서도 하루빨리 재고돼야 할 것이다.

오늘날 서구 사회의 경제위기는 근원적으로 보면 도덕성의 타락에 있으며 그 한 가운데에는 청소년 시기의 교육이 기강과 규범을 잃어버리고 방종에 흘렀기 때문이다. 서구 사회는 이 때문에 수업을 못할 정도의 교실 붕괴와 10대 미혼모, 어린이 대상 성범죄 등 동양적 문화로서는 도저히 용납되기 어려운 도덕적 무질서에 빠져 있다. 그와 같은 도덕적 붕괴로 인해 서구 경제는 물론 문명의 기초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우리 문화에 맞지도 않은 ‘인권조항’을 무리하게 적용하려다가 도덕성을 잃어버리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된다.   

현재와 같이 교육계가 국민의식과 동떨어진 결정을 자꾸 내리고 밀어붙이면 사회로부터 고립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계는 어쩌면 노동자단체보다 더욱 높은 공공성과 도덕성을 요구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육계의 돈 선거와 학생인권조례 문제는 교육계의 공공성과 도덕성에 대한 국민들의 참을성을 지금 시험하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단체는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할 때 외부로부터의 개혁 혹은 해체를 경험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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