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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이종섶의 ‘코르셋’ 해설

  • 입력 2020.01.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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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셋 / 이종섶

 

  뼈가 굳기 전부터 철로 만든 실 옷을 입어야 하는 분재들, 전시장에 앉기 위해 먹을 때도 배설할 때도 심지어는 잠잘 때까지도 철사로 단단히 조이는 속옷을 입어야 했다 자랄수록 더 질기고 두꺼운 옷으로 입어야 하는 운명,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낄 때마다 몸을 비틀며 참아야 했다 한창 자라는 시기에 몸을 만들어야 평생 행복하다는 교훈, 온몸에 새겨진 자국들은 끝까지 살아남은 자만이 지니는 문화훈장, 구경꾼들은 잘 다듬어진 몸매만 바라보며 찬사를 늘어놓을 뿐 사슬이 남긴 흉터 자국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관심을 가지고 가까이 접근하는 사람들조차 잘빠진 바디라인을 보며 감탄만 연발할 뿐 이전까지의 모든 것에 관해선 침묵했다

   성형 천국으로 인도하는
   소인국의 유일한 경전, 코르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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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슬프게도 외모지상주의를 빼고 한국사회를 말할 수 없습니다. 분재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사람들 중에 그 기형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식물이 겪었을 고통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마찬가지로 거리에 넘쳐나는 강남미인들을 보면서 그들이 견뎌야 했던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 역시 드뭅니다. 타인의 시선에 몸을 길들이는 외모지상주의는 정신의 빈곤을 드러내는 또 다른 방식일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것이 의미 없다는 게 아니라, 내적 아름다움 없이 고통만을 동반하는 아름다움이 과연 아름다운 것인지 시인은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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