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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안현미의 ‘계절병’ 해설

  • 입력 2020.03.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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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병 / 안현미

 

  고독은 나무처럼 자라는 것입니다 시간은 하나의 커다란 구멍이고 끝끝내 삶은 죽음입니다 거대한 고래처럼 거대한 고독이 두려운 나머지 시간을 밀거래하는 이 도시에서 서로가 서로의 휴일이 되어주는 게 유일한 사랑입니다 병인을 찾을 수 없는 나의 우울과 당신의 골다공증 사이를 자객처럼 왔다 가는 계절 그 그림자를 물고 북반구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의 날개 같은 달력 한 장 가없는 당신 나의 엄마들 왜 모든 짐승들에겐 엄마라는 구멍이 필요한지, 시간조차 그 구멍으로부터 발원하는 발원수 같은 건 아니겠는지 시도 때도 모르고 철없이 핀 꽃처럼 울다가 웃다가 고독은 나무처럼 자라고 계절을 바꾸어 타고 먼먼 바다로 헤엄쳐가는 물고기가 수면 밖으로 제 그림자인양 쳐다보는 나무는 엄마라는 구멍처럼 고독합니다 가엾은 당신 나의 엄마들 끝끝내 삶은 죽음일 테지만 죽기 위해 제 기원을 찾아 뭍으로 돌아오는 거대한 포유동물처럼 젖이 아픈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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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고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시입니다. 시를 읽다 보면, 작고 고독한 물고기가 자라서 큰 고독을 가진 고래가 되어 모태인 나무를 찾아 뭍으로 회귀하다 결국 파도가 끝나는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상상하게 됩니다. 우울한 화자는 구멍뿐인 골다공증 엄마를 그리워하다, 결국 스스로도 구멍을 가진 채 고래처럼 커다란 고독을 견디며 살아가는 포유동물 엄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고 고백합니다. 인간은 모두 커다란 한 덩어리의 고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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