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진평왕 딸, 서동설화가 담긴 삼국유사는 일연스님(1206-1289)이 경북 군위군 인각사에서 1279-81년께 저술했다. 삼국유사 외에는 한중일 사서에 기록이 없는데다 당시 백제와 신라 무수한 전쟁, 특히 백제가 주로 공격했다는 점, 경주와 부여는 사투리도 확연하고 현재도 익산에서 오가기 쉽지 않아 통일신라·고려시대 많은 전란으로 사료가 사라져 서동설화가 잘못된 구전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도 많았다. 사리장엄이 발견된 2009년 1월14일 전부터 “선화공주는 진평왕 딸이 아닌 토착세력이다.”는 주장이 많았다. “백제왕후 사탁적덕 딸(사택왕후)이 선화공주일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주장이 사리장엄봉안기 발견 전부터 나왔다.

1999년 발행한 이덕일·이희근 공저인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1권’ ‘서동설화의 주인공 선화공주는 신라인인가’를 요약하자.

『‘선화공주는 신라 26대 진평왕(재위 579-632) 셋째 딸이고 미천한 서동은 훗날 백제 30대 무왕(재위 599-600)이다. 진평왕과 무왕이 사위라면 있을 수 없는 공격이 있었다. 무왕 3년(602) 신라 아막산성(남원 아영) 공격을 비롯, (무왕) 재위 42년 동안 13차례 공방을 계속하는데 다른 왕보다 훨씬 많았고 주로 백제가 공격했다. 백제 동성왕이 공주도 아닌 신라왕족 이찬 비지의 딸과 결혼한 사실도 기록한 삼국사기’가 무왕과 (선화)공주 결혼을 적지 않았을 리 없다. 선화공주는 신라인이 아닐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미륵사를 지어달라고 요청한 인물이 선화공주다. 불우한 서동의 국왕(무왕)으로 즉위는 선화공주와 결혼하고 난 다음으로 공주 집안이 상당한 세력임을 뜻한다. 미륵사 창건과 연결시켜 보면 선화공주는 상당한 토착세력이다. 무왕은 이 세력 도움을 얻어 즉위했다. 과거 공주라는 칭호는 국왕의 딸만 쓸 수 있는 용어가 아니었다. 토착세력 출신인 선화공주가 어떤 경로를 거쳐 적국 신라 진평왕 딸로 변화됐는가 하는 점이다.』

2002년 발행된 박은봉의 ‘한국사편지1권’을 보자. 『진평왕 때는 백제와 신라가 몹시 사이가 나빴을 때야. 무왕과 선화공주가 결혼했다면 중요 사건이니 반드시 기록됐을 텐데. 삼국사기는 한 마디도 없어. 그래서 학자들은 무왕이 익산사람 지지를 받아 왕위에 오른 사람이니 선화공주는 익산의 유력한 집안 딸로 추측하기도 한단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어느 틈엔가 신라공주로 바뀌게 됐을 것이라고 말이야.』

현재 익산은 금강만 건너면 부여와 맞닿았다. 익산은 전·후·상·중·하 오부五部로 나뉜 백제수도 사비(부여) 외곽도시였을 것이다. 삼국유사와 사리장엄에 일치되는 내용이 많다는 점도 사택왕후가 사택선화라는 가능성을 짙게 해 준다.

(삼국유사 서동설화)도 요약하자. 『백제무왕은 장璋이다. 서울로 가 아이에 마를 주고 “선화공주님은 서동방을 밤에 몰래 안고 잔다.”는 노래를 부르게 했다. 공주는 귀양 가 서동과 백제로 와 모친이 준 황금을 놓고 “백년 부를 누릴 수 있소.”라고 하자 서동은 “마를 캐던 땅에 흙더미처럼 쌓였소.”라고 했다. 공주는 “부모가 계신 대궐로 보내자.”라고 했다. 사자사 지명법사는 하룻밤에 신라궁중에 보내 서동은 인심을 얻어 왕위에 올랐다. 하루는 왕이 부인과 함께 사자사에 가려고 용화산 큰 못 가에 이르니 미륵삼존이 못에서 나타났다. 부인이 왕에 “이곳에 ‘큰 절(대가람大伽藍)’을 세워 주십시오.”라고 하자 왕이 허락했다. 이곳에 세우고 미륵사라 했다. 진평왕이 장인百工을 보내 도왔는데 오늘까지 그 절이 있다.』고 기록됐다.

(사리장엄 핵심내용)을 보자. 百濟王后佐平沙乇積德女(백제왕후는 좌평 사탁적덕의 딸)과 能謹捨淨財造立‘伽藍’以己亥年正月卄九日奉迎舍利(능히 깨끗한 재물을 희사해 가람(미륵사)를 만들어 세우시고, 기해년(639) 1월29일 사리를 봉영했다.), 大王陛下年壽與山岳齊固(대왕폐하 수명은 산악처럼 견고하고)라고 기록됐다. 삼국유사 ‘대가람’과 사리장엄 ‘가람’이 일치한다. 사택왕후=선화공주로 ‘사택선화’ 개연성이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