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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오규원의 ‘고요’ 해설

  • 입력 2020.03.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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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 오규원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

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 있고

때죽나무 밑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때죽나무의 고요를 밟으며 가고 있다

창 앞의 장미 한 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고요로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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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고요를 밟으며 봄이 오고 있습니다. 봄바람이 흔들고 가도 고요는 고요하기만 합니다. 꽃 한 송이의 고요와 나무 한 그루의 고요와 봄 한가운데 고요를 이따금 생각합니다. 아직 라일락은 오지 않았고 장미는 멀리 있습니다. 전염병과 죽음의 소식이 매일 들려오는 인간의 마을, 고요는 오늘도 도심 한가운데 수줍은 꽃 그림자를 내려놓고 가만가만 흔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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