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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나희덕의 ‘어린 것’ 해설

  • 입력 2020.04.3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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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것 / 나희덕

 

어디서 나왔을까 깊은 산길

갓 태어난 듯한 다람쥐 새끼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맑은 눈빛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고집할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어린 것들은

내 앞에서 눈부신 꼬리를 쳐들고

나를 어미라 부른다

괜히 가슴이 저릿저릿한 게

핑그르르 굳었던 젖이 돈다

젖이 차올라 겨드랑이까지 찡해오면

지금쯤 내 어린것은

얼마나 젖이 그리울까

울면서 젖을 짜 버리던 생각이 문득 난다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난만한 그 눈동자,

너를 떠나서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다고

갈 수도 없다고

나는 오르던 산길을 내려오고 만다

, 물웅덩이에는 무사한 송사리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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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어머니라는 단어는 넉넉한 품을 가진 단어입니다. 세상 모든 작고 어린 것들을 위해 가슴을 내어줄 수 있는 존재, 그게 어머니입니다. 시인은 갓 태어난 듯한 다람쥐 새끼의 맑은 눈빛을 마주하고 세상의 모든 어린 것들은/ 내 앞에서 눈부신 꼬리를 쳐들고/ 나를 어미라 부른다라고 말합니다. 모성본능은 세상 모든 약하고 미숙한 것들을 위해 나의 체온을 나누어주고자 하는 본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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