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 이준관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여름밤은 뜬눈으로 지새우자.
아들아, 내가 이야기를 하마.
무릎 사이에 얼굴을 꼭 끼고 가까이 오라.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을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
나뭇잎에 진 한낮의 태양이
회중전등을 켜고 우리들의 추억을
깜짝깜짝 깨워놓는구나.
아들아, 세상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은
너는 밤새 물어라.
저 별들이 아름다운 대답이 되어줄 것이다.
아들아, 가까이 오라.
네 열손가락에 달을 달아주마.
달이 시들면
손가락을 펴서 하늘가에 달을 뿌려라.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짧은 여름밤이 다 가기 전에(그래, 아름다운 것은 짧은 법!)
뜬눈으로
눈이 빨개지도록 아름다움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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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때 이른 더위에 벌써 지치지는 않으셨나요? 무더운 여름이 될 것이라는 예보만으로도 힘이 빠지는데, 그 무더위를 마스크를 쓴 채 견뎌야 한다니 올여름이 오래도록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을까 걱정입니다. 돌이켜보면, 기억 속의 여름은 눈부시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의 여름은 더 찬란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 시절에는 여름방학만 기다리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까요. 산과 바다로 짐을 챙겨 떠나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잠든 기억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이 시 속, 아버지가 아이에게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짧지만 빛나는 여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