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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손택수의 ‘파이프 오르간’ 해설

  • 입력 2020.06.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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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오르간 / 손택수

 

 

좋은 소리는 사라지는 것이다

사라지는 음을 따라 행복하게 나도 잊혀지는 것이다

 

그런 음악이 있다면

완공된 건축물들이 잊고 사는 비계다

 

발판에 구멍이 숭숭한 것은 새처럼 뼈를 비워 날아오르기 위함,

하지만 여기서 비상은 곧 추락이다

 

음악이 되려고 뼈가 빠져본 적 있나

한여름이면 철근이 끈적한 거미줄처럼 들러붙는 허공

 

모든 건물들은 잊고 있다

뼈 빠지는 저 날개의 기억을,

흔적도 없이 해체하는 비상의 기술을

 

건축을 잊은 건축이 음악에 이른다

 

철근 위에서 깃처럼 펄럭이는 비계공들,

뽑아올리는 파이프가 웅웅 울고 있다

 

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들판이었던 곳이 몇 년 후에 가보면 신도시가 되어있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한국이 쉴 새 없이 변하는 역동적인 나라라는 걸 건설현장을 보며 실감하곤 하지요. 고층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건설현장을 지나다 보면 마치 날개를 단 듯 건물 외벽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비계를 만나게 됩니다. 건물이 완공되면 쇠파이프를 웅웅울리던 음악과 함께 비계는 흔적도 없이 해체되어 사라집니다. “철근이 끈적한 거미줄처럼 들러붙는 허공에서 뼈 빠지게 일한 누군가의 노동이 지워지고 매끈한 건물만 남게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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