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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도가도비상도 애가애비상애!

  • 입력 2020.07.0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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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회사법인 연 전무

[내외일보=호남]내외일보=예수·공자·부처가 인류전반 문제 해결책으로 '사랑'을 제시했다. 전쟁·분쟁·분노가 가득 찬 세상에 사랑이란 인류를 보듬어줄 위로가 됐고,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인류애’라는 거대 공동체를 이룩할 기반이 되었다. 지금 우리는 성인 기대에 걸맞게 사랑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산다. 사랑 노래를 듣고, 사랑 이야기를 보고, 사랑을 하고, 심지어 사랑으로 과제도 한다. 사랑 형태가 상대방에 대한 사랑에서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변했다고 한들 그것도 결국 사랑이다. 예스24에 ‘사랑’을 검색하면 『자존감 수업』이라는 자기 사랑 책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 우후죽순으로 나타나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등의 에세이 류가 베스트셀러에서 내려오지 않는 것도 자기 사랑이 부족한 시대에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주변에 산재한 사랑으로 사랑을 정의 내린다면 ‘무언가 아끼고 존중하고 인정하는 마음’ 정도다. 사랑은 분명 대단하고 중요한 감정이다. 그러나 지금 사랑은 만병통치약이나 만능열쇠와 같이 모든 것의 해결책으로 남용된다. 노희경 작가는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에세이로 사랑 중요성을 설파하고, 엄기호는 “사랑이 죽는 것이야말로 청춘의 진정한 죽음”이라며 사랑예찬에 힘을 쏟는다. 이 같은 사랑 남용은 사랑하지 않는 자에 그들의 말대로 ‘유죄’와 ‘죽음’을 선고한다. 사랑하지 않는(받지 않는) 자는 사랑 시대 속에 자신을 숨기거나 비하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죗값’을 치르고 사랑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죽음’을 받아들인다.

‘모태솔로’는 사랑 남용의 그림자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다. 개그콘서트 ‘솔로천국 커플지옥’이라는 코너를 통해 굳어진 해당 단어는 ‘무적의 솔로부대’ 등으로 변용되며 연애 무경험자들이 자조적으로 사용하였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흔히 올라오는 유머에는 특히 연애에 대한 자조적 유머가 많은데 예를 들어 “나는 여자 친구 언제 생길까?”라고 친구가 물어보면 “태어나긴 했을까?”라고 답변하는 식이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것을 보통 이름 짓는다. 공통점은 나와 같기에 명명할 이유가 없지만 차이점은 다르기에 새롭게 개념을 부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연애 무경험자를 ‘모태솔로’라는 인간유형으로 새롭게 명명하고 희화화 대상으로 삼는 것은 그것을 일차적으로 나와 다른 비정상인 것으로, 이차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이는 비연애자를 어딘가 부족하거나 열등한 인간으로 만들었고 낙인이 찍힌 이들은 체념하거나 자조하는 식으로 자신을 숨기며 자신을 사랑하기보다는 혐오하게 되었다.

최근 자기 사랑 열풍은 지금까지 연애강요에 반발로도 볼 수 있다. 이제껏 사회의 연애와 사랑 강요에 지친 자들이 자신만을 사랑해도 괜찮다는 언어를 내뿜기 시작한 것이다. 비혼·독신주의자 등장, 1인 가구 증가, 남녀갈등 심화 등 연애는 시대가 지날수록 어려운 것이 되었고, 이로써 발생하는 외로움은 개인에 대한 사랑이나 반려동물로 극복하는 식의 태도가 확산됐다. 다만 이러한 자기 사랑 역시 완전한 해결책은 될 수가 없었는데 자기 사랑 태도가 지친 삶의 위로는 될지 모르나 삶의 문제에 대한 실질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게 첫 번째 이유이고, 개인주의 확산에 따른 공동체 붕괴가 두 번째 이유다. 물론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임시적이면서 새로운 공동체 시도가 계속 이뤄지지만 아직 소수다.

초기 사랑 중요성을 설파하던 성인은 그것이 인류애와 공동체에 이바지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 사랑이 퍼진 세상은 사랑하지 않는 자에 낙인을 찍어버리고 소수자를 등지고 말았다. 때문에 역설적으로 사랑을 이야기함에도 공동체는 무너져버리고 말았고, 우리 사랑은 단체 사랑보다 개인 사랑으로 변했고 침묵의 사랑이자 사랑의 침묵이 되어버렸다.

노자가 ‘도가도 비상도’라 말했던 것은 이 같은 상황을 예견했기 때문일까. 우리 사랑은 사랑이라 말하자 이미 우리 곁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다만 암울한 상황에도 다행인 것은 점점 사회가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소리 없는 실천을 중시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음이라. 이것이 무너지는 사랑 시대에 새로운 공동체 단초가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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