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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강영은의 ‘검은 호수’ 해설

  • 입력 2020.07.2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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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수 / 강영은

 

글썽이기에 적당한 저물녘이 머리칼을 지나 밤까지 날아갔다

눈꺼풀과 속눈썹사이 수정이 불가능한 별빛이 맺혔다

검게 빛나는 풍경을 오래 붙들었지만 새 한 마리 날아가는 미간을, 그 어두운 미간을 문지르지 않았다

웅크린 짐승의 어깨위로 굴러 떨어지는 별빛을 눈물이라 생각하는 저녁

번들거리다 흘러내리는 별빛은 금이 간 거울이어서

깨진 풍경이 깨어진 마음을 낳았을 때 칼날의 방식이 눈동자를 후벼 팠다

파문이었다

물의 골목이 골목을 낳는 호숫가에서 번지는 일에 골몰했지만 번진다는 건 풍경보다 어두워진다는 말

축축한 바닥이 중심을 껴안았을 때 처음 본 별빛이 거기 고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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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깨진 풍경이 깨진 마음에 닿았습니다.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는 어깨 위로 굴러떨어지는 별빛은 어느새 눈물이 됩니다. 풍경보다 어두운 마음이 호수 너머까지 번지고, 축축한 바닥에는 처음 본 별빛들이 고여 있습니다. 그 어떤 것도 상처받은 마음보다 어두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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