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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오태환의 ‘안다미로 듣는 비는’ 해설

  • 입력 2020.08.0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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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미로 듣는 비는 / 오태환

 

처마맡에 널어 말린 동지(冬至)께 무청처럼 간조롱히 뿌리는 비는

한 치 두 치 나비 재며 한 냥쭝 두 냥쭝 저울에 달며 는실난실 날리는 비는

일껏 발품이나 팔며 그늘마다 구름기슭 볕뉘처럼 움트는 비는

전당(典當鋪)도 못 가본 백통(白銅)비녀 때깔로 새들새들 저무는 비는

꺼병아 꺼병아 애꾸눈서껀 엿장수서껀 칠삭둥이서껀

안다미로 눈칫밥 멕이다가 나무거울로 낯짝 가리고 내리는 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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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비가 안다미로 내립니다. (“안다미로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비는 그냥 아무렇게나 내리는 게 아닙니다. 한 치 두 치 나비 재고, 한 냥쭝 두 냥쭝 저울에 달아서 발품을 팔고 다니며 내립니다. 그늘마다 내리고, 나뭇잎마다 내립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어린 새와 엿장수에게 눈칫밥 잔뜩 멕이고는 미안했는지 나무 뒤로 숨어서 내립니다. 안다미로 내리던 비가 그치면, 모락모락 밥하는 연기가 비에 젖은 하늘을 말려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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