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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고재홍 기자

[칼럼] 코로나와 비를 그치게 해 주소서!

  • 입력 2020.08.0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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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엎친 데 덮친 격’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지구촌이 코로나19로 2천만 명 확진자와 71만 여명 사망자가 나왔고,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 가운데 중국에 이어 한국도 끝없는 장마로 피해가 눈덩이다. 수도권과 강원 등지에 이어 남부권도 폭우로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중부권에 500mm·남부권에 300mm가 더 내린다는 9일 보도다. 내렸다하면 500에서 700mm다. 우리나라가 작명한 태풍 ‘장미’가 북상 중이어 폭우에 강풍까지 더해질 조짐이다.

코로나는 선진·강대국이나 인구밀집지에 집중 발생했다. 중국에서 시작해 7일 오전 10시 기준, 미국이 확진자 503만여 명에 사망자만 16만2천여 명이고, 브라질 2위·인도가 3위이며 러시아와 유럽 선진국에서 집중 발생했다.

국내도 수도권과 영남권 등 인구밀집지에서 집중 발생했으며 강원-호남을 잇는 강호축은 인구대비 적게 발생했다. 8일 0시 기준, 국내 확진자 1만4562명에 사망자는 304명이다. 뛰어난 의료인력 및 시설과 의사·간호사·봉사자 등 헌신노력과 높은 시민의식 및 국민건강 덕이다.

그러나 수출입·여행 등 해외교류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내수경기도 위축돼 산업 전반에 타격이 크다. 코로나는 열대나 한대를 불문하고 확산이 계속된다.

이런 상황에 비만 줄기차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하다."는 말이 생각난다. 수일 간 700mm가 내린 철원군은 한탄강이 범람해 대규모 침수피해를 당했다. 트레킹(trekking: 도보여행)과 래프팅(rafting: 급류타기) 및 캠핑으로 유명한 곳이 물바다로 변했다.

임진강 홍수조절을 위한 연천군 ‘군남댐’은 최근 북한이 ‘황강댐’을 예고 없이 방류하고 폭우까지 겹쳐 수문을 완전 개방했다. 2009년 황강댐 무단방류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사전 통보키로 약속했으나 북측은 이번에도 통보하지 않았다. 입맛에 맞을 때만 ‘우리민족끼리(?)’다.

6일 춘천시 의암호에서 인공수초섬 고정작업 중 고무보트와 행정선 등 3척이 전복돼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사건은 대표적 인재人災다. 의암호 녹조 방지를 위해 수질정화 식물을 심어 물에 띄운 것이 수초섬이다. 이들 선박은 폭우로 떠내려가는 수초섬을 강가에 고정 작업을 하려다 사고를 당했다. 의암댐은 수문 중 9개를 열고 초당 1만 톤을 방류하는 상황에 바로 상류에서 작업을 하다 급류에 휩쓸렸다. 수초섬이 뭐라고 극히 위험한 상황에 작업을 한 배경이 궁금하다. 꿈에나 나올 법한 황당 사건이다.

섬진강 범람으로 전남 구례와 곡성지역 방대한 면적이 침수돼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혔고, 벼농사는 물론 채소·과일 피해가 갈수록 늘어난다. 전라선도 침수돼 익산-여수 열차통행이 금지됐다. 영산강 상류 황룡강 범람으로 엄청난 인명 및 재산피해를 당했다. 전국에서 산사태 피해도 폭증한다. 전북 동진강과 만경강에 홍수특보도 내려졌다.

물 폭탄이니, 천재지변 소리도 지겹다. 상습침수 지역은 마을 이전 등 항구적 보수·보완이 절실하다. 외형피해도 많지만 농작물이 겉으로는 말짱하나 깊은 속병을 든 것처럼 피해가 심각하다. '온전 전全'에 '고을 주州'라서 홍수나 태풍 피해가 없다는 전주나 전북 명칭도 무색하다. 각종 채소는 물에 휩쓸리고 녹고 썩어 흉작이다. 과일도 비슷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추석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 성한 것이 없다. 하늘도 무심하고 민심도 좋지 않다. 농민의 일그러진 얼굴 위에 그림자만 커져 간다. 지우제止雨祭를 지내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풍년 농사는 글렀으나 남은 농작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도 구름보다는 햇볕정책(?)이 훨씬 필요하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이 떠오른다. “(중략) 마지막 남은 열매가 무르익도록 명령해 주시고/ 남국의 햇빛을 이틀만 더 베풀어 주시어/ 이들을 무르익으라 재촉하시고/ 마지막 남은 단맛이 포도주로 담뿍 고이게 하소서.(후략)” 시를 읊조리다 이내 우리 식 간절한 기원이 떠오른다. "하늘이여, 제발 코로나와 비를 그치게 해 주소서"라는 말이 입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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