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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읽는 아침] 길상호의 ‘물이 마르는 동안’ 해설

  • 입력 2020.10.0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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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마르는 동안 / 길상호

햇볕을 한 장

한지를 한 장

 

겹겹으로 널어둔 그 집 마당은

고서(古書)의 책갈피처럼 고요했네

 

바람만이 집중해서

뜻 모를 글귀를 적어가고 있었네

 

종이가 마르는 동안

할머니의 눈꺼풀이 얇아지는 동안

 

마당 한쪽의 감나무는

그림자를 살짝 비켜주었네

 

_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마르기를 기다리는 한지 위에 햇빛이 내립니다. 한지가 말라가는 마당은 책의 낱장과 낱장 사이처럼 고요하기만 합니다. 마당을 지나던 바람이 몇 자 글귀를 적고 있는데, 할머니의 눈꺼풀 위로 졸음이 내려옵니다. 할머니가 잠든 사이, 혹시 종이에 그늘이라도 질까, 감나무 그림자가 살짝 비켜섭니다.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하기만 한 가을날의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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