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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읽는 아침] 김두안의 ‘바람이 다시 쓰는 겨울’ 해설

  • 입력 2020.10.27 16:34
  • 댓글 0

바람이 다시 쓰는 겨울 / 김두안

 

나는 강물의 얼굴을 알고 있다 새들이

죽은 버드나무 위에

집을 짓지 않은 시간에 대하여

 

물결이 물결 위에 쌓이는 겨울 강물의 폐허에 대하여

 

나는 죽어도 좋을까

다시 죽어도 좋을까

 

버드나무는 죽어서도 버드나무 뿌리에서 시작해 가지에서 끝나는

겨울의 찬란한 혁명을 알고 있다

 

버드나무를 구름이라고 부르는

언 강물을 긴 편지라고 부르는

 

까마귀 떼가 누군가의 심장을 파먹다

--- 외치며 날고 있다

 

버드나무의 얼굴이 귀신처럼 휘파람을 불면

눈이 올 듯 번지는

수상한 노을의 저편

 

바람이 바람결 위에 쌓이는

겨울 강물에

죽은 버드나무 그림자 백지장처럼 얼어가고 있다

 

얼어붙은 그림자 위에

바람이 새로 새긴 투명한 잎사귀들

 

해가 얼음 속으로 스미는 저녁 무렵

 

버드나무의 전생을

바람이 다시 쓰는, 겨울 강물에 대하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겨울은 폐허의 현장입니다. 강물은 얼어붙어 물결이 물결 위에 쌓이, 앙상한 버드나무의 거칠고 메마른 가지에는 더 이상 새들이 집을 짓지 않습니다. “까마귀 떼만이 --외치며 버드나무 위를 날아갑니다. 강물에 닿은 찬바람 위에 바람이 쌓여 버드나무의 그림자마저 얼어붙습니다. 하지만 겨울은 찬란한 혁명을 내부에 품고 있는 계절입니다. 버드나무의 얼어붙은 그림자 위로보이지 않는 투명한잎들이 돋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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