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정치사회·세계
  • 기자명 배정빈 기자

나주 성폭행 사건, ‘눈뜬장님’ 된 CCTV

  • 입력 2012.09.02 13:17
  • 댓글 0

경찰, 각 지자체에 CCTV확대 설치 요구

집안 거실에서 잠자고 있던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 A(7)양을 이불째 납치한 뒤 성폭행 장소까지 범인이 이동했던 길 어디에도 CCTV(폐쇄회로)는 없었다.

지난 1일 오전 11시 인면수심의 아동 성폭행범 고모(23)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이뤄지던 전남 나주의 한 마을. PC방과 피해자의 집 납치 이동로 어디에도 단 한대의 CCTV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유일하게 피해자의 집을 기준으로 해 직선거리로 좌측 130m 떨어진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지역과 우측 300m 떨어진 사거리에 각각 방범용 CCTV가 1대씩 설치돼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2009년 12월에 설치된 2대의 CCTV는 해상도가 200만 화소에 불과해 칠흑같은 밤과 비오는 날에 찍힌 영상은 판독이 불가능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범인이 차량을 이용해 납치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2대의 CCTV 화면 판독에 들어갔지만 사건 당일 밤과 새벽 사이 어둠 속에 쏟아진 폭우는 CCTV를 ‘눈뜬 장님’으로 만들어 버렸다.

문제는 CCTV의 형편없는 성능에 있었다. 최근 출시되는 핸드폰에 장착된 ‘디카(디지털 카메라)’도 최소 600만 화소를 넘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범죄예방을 책임질 CCTV가 고작 200만 화소에 불과해 밤에는 먹통 수준으로 전락했다면 CCTV는 비싼 전기료만 먹고 있는 셈이다.

경찰은 치안유지와 대형범죄 예방 등을 위해 각 지자체에 CCTV확대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2009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국정감사에서 ‘CCTV관리는 국가사무이므로 지자체 예산사용은 부당하다’고 지적한 이후 예산편성에 소극적이었다.

나주시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지적이 나온 후 2010~2011년까지 CCTV 설치를 위한 예산은 단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나주시 관계자는 “국가사무로 분류되는 방범용CCTV 설치사업 예산을 살림이 빠듯한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며 “강력 범죄에 불안한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가장 시급한 정부의 조치는 지자체에 CCTV설치 예산을 지원해 치안사각 지대를 없애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기존에 설치된 낡은 CCTV의 성능 향상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살인마 강호순 검거와 오원춘의 엽기적인 살인행각이 우발적이 아닌 계획적이었음을 밝힌 일등 공신은 방범용 CCTV였다.

배정빈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면 후회할 이시각 핫이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