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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오세영의 ‘원시(遠視)’ 해설

  • 입력 2020.12.0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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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遠視) /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젊을 때는 누구나 늙는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실감하지는 못했습니다. 나보다도 더 어린 할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면서 할머니도 태어나면서부터 할머니였던 건 아니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날,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기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나이가 들었다는 걸 실감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나이 드는 일에 익숙해져서인지, 늙는다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나이 들어 좋은 걸 하나 꼽는다면, 글씨가 되었건, 사람이 되었건, 나 자신이 되었건 간에, 뭐든지 한 걸음 떨어져서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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