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안도현의 ‘무빙(霧氷)’ 해설

  • 입력 2020.12.15 16:53
  • 댓글 0

무빙(霧氷) / 안도현

 

허공의 물기가 한밤중 순식간에 나뭇가지에 맺혀 꽃을 피우는 현상이다

중심과 변두리가 떼어져 있다가 하나로 밀착되는 기이한 연애의 방식이다

엉겨 붙었다는 말은 저속해서 당신의 온도에 맞추려는 지극한 정신의 끝이라고 해두자

멋조롱박딱정벌레가 무릎이 시리다는 기별을 보내올 것 같다

상강(霜降) 전이라도 옥양목 홑이불을 시쳐 보낼 것이니 그리 알아라

 

-------------------------------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무빙(霧氷)이란 날씨가 추운 날 공기 중의 작은 물방울이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생겨난 얼음입니다. 안개()가 얼음()이 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호숫가나 고산지대의 나뭇가지에 생긴 무빙은 마친 눈꽃이 핀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꽃도 보내고 잎마저 다 떨군 나뭇가지에 어느 날 맑고 깨끗한 얼음꽃이 피었습니다. 공기 중의 수증기와 나무라는 서로 너무나 다른 개체가 엉겨 붙어 꽃을 피운 것입니다. 타인의 온도에 맞추려는 지극한 정신이 있어 가능했던 기적입니다. 때로 나를 내려놓고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맑고 차가운 정신이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면 후회할 이시각 핫이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