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화(墨畵) / 김종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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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기쁜 순간보다는 힘들고 고단한 순간이 훨씬 더 많습니다. 하루의 노동을 막 끝내고 돌아와 물을 먹고 있는 소. 소와 함께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할머니는 자신의 노곤함도 잊은 채, 하루 종일 멍에에 짓눌렸을 소의 목덜미를 안쓰럽게 어루만져줍니다. 짐승이면 어떻고 사람이면 어떻습니까! 서로의 슬픔이나 고달픔을 보듬어줄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동반자 관계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