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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위선환의 ‘돌에 이마를 대다 영원은,’ 해설

  • 입력 2021.03.0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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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이마를 대다 영원은, / 위선환

 

 모든, 들과 온갖, 들이 모든, 이며 온갖, 이자 하나, 가 되는 막대한 시공간이다
 
 남자가 이마를 들었고, 허리를 세웠고, 무릎을 펴며 일어섰고

 이마에 묻은 흙먼지를 닦았고
 걸어서,

 지평으로, 지평 너머 초승달 지는 첫새벽의 안개 아래에 묻힌 폐허에 흩어진 유적의 돌기둥이 베고 누운 이른 아침에 햇빛 차오른 대지에는 하루의 힘이 자라면서 태양이 높이 뜨고 저물어서 나날이 지나가는 여러 밤이 오고 만월이 뜨더니 다시 캄캄해진 지평에 초승달이 꽂히는 새벽에 닿기까지,
 마침내
 영원으로, 전신을 밀며 걸어 들어간 일시와
 돌문을 밀고 나온 여자가 오래전에 죽은 전신을 밀며 남자의 전신 속으로 걸어 들어간 일시가
 일치한,

 동일시에, 남자 안에서 눈 뜬 여자의

 저, 눈에,

 빛이.

 

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초승달이 지고 안개 아래 묻힌 폐허 위로 아침이 밝아옵니다. 지난밤 어둠의 흔적을 가르며, 빛이 폐허 위로 쏟아집니다. 무너진 돌기둥 위에 새겨진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 위에도 햇빛이 비칩니다. 남자는 이미 오래전에 죽어 먼지가 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남자의 마음에 묻힌 여인은 남자가 먼지가 된 이후에도 오래도록 남아있었나 봅니다. 남자 안에서 여자가 눈을 뜨는지 돌무더기 위로 반사된 햇빛이 순간, 눈부셨습니다. 영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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