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먼 집 / 허수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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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반쪽을 잃은 슬픔은 우주를 잃은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만의 우주를 만드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별이란 그 우주가 무너져내리는 일입니다. 화자는 “당신”이라고 부르던 사람을 묻은 마음의 무덤에 벌초하러 갑니다.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이 바로 “당신”이라고 중얼거리며, 진설 음식도 없이 한 병의 술을 마시고 혼자 흐느낍니다. 한 사람을 가슴에 묻은 사람은 온몸이 무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