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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이경교의 ‘목련을 읽는 순서’ 해설

  • 입력 2021.04.0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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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을 읽는 순서 / 이경교

 

얘야, 나는 목련을 만났지만 그릴 수가 없단다 목련은 텅 빈

이름이 아니라 언덕의 영역에 속하므로, 그보다 더 먼 높이거나

쓸쓸한 그릇의 일부이므로 나는 목련을 썼다가 지우고, 그 빈터에

도랑을 파기로 했단다 목련의 몸에서 여울물 소리가 들리는 건

목련의 고향이 강물이기 때문이란다 네 몸에서도 악기 소리가 날 때,

그때쯤 네 안에서도 목련이 자라나겠지

얘야, 목련은 어디에나 있으나 어디에도 없단다 화사한 눈빛으로 

제 안의 비밀을 토해내지만, 그때 목련은 죽음의 발치에 다가선 것이므로 

잊어야 한다 목련은 이제 뜯겨진 명부(名簿), 네가 뒷골목에서 

어둠을 두 눈에 담을 때, 너는 이미 목련을 익히기 시작한 

거란다 이름을 보는 대신, 너는 꽃그늘이 되어

너 지워진 자리만 하얗게 남겨진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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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사랑은 목련 봉우리처럼 아름답고 화사하지만, 사랑이 지나간 자리는 땅 위에 떨어진 목련처럼 핏빛 흔적을 남깁니다. 때로는 온몸이 텅 빈 것 같은 허무감과 상처를 견디지 못하고 “죽음의 발치에” 다가가 하염없이 울기도 합니다. 시인은 이별 후에 우리가 그토록 많은 눈물을 흘리는 것은 “목련의 고향이 강물”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눈물로 모든 것을 비워내고 나면 사랑이 “지워진 자리만 하얗게 남겨”지게 됩니다. 그리하여 남은 생애를 마음속에 “꽃그늘”을 간직한 채 살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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