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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허수경의 ‘진주 저물녘’ 해설

  • 입력 2021.06.0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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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저물녘 / 허수경

 

기다림이사 천년 같제 날이 저물세라 강바람 눈에 그리매 지며 귓불 불콰하게 망경산 오르면 잇몸 드러내고 휘모리로 감겨가는 물결아 지겹도록 정이 든 고향 찾아올 이 없는 고향
  문디 같아 반푼 같아서 기다림으로 너른 강에 불씨 재우는 남녘 가시나 주막이라도 차릴거나
  승냥이와 싸우다 온 이녁들 살붙이보다 헌출한 이녁들 거두어나지고
  밤꽃처럼 후두둑 피어나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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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외지로 돈 벌러 떠나버린 이녁들을 기다리던 이는 귓불 불콰해지도록 힘들게 산에 오릅니다. 발아래 보이는 너른 들판과 푸르게 흘러가는 강물은 여전하건만, 한번 떠난 사람은 돌아올 줄 모릅니다. 천년 같은 기다림에 지쳐 남녘 가시나는 주막이라도 차릴까 생각합니다. 고향을 떠나 타지를 떠도는 이들에게 뜨끈한 국밥과 시원한 막걸리 한 상 차려 주고, 편히 쉬어가라고 잠자리라도 내어주게 말입니다. 하지만 곧 다 부질없는 생각을 합니다. 그저 그네들의 삶이 밤꽃처럼 후두둑 피어나기를 빌어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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