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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박후기의 ‘미산’ 해설

  • 입력 2021.06.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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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산 / 박후기

 

지도 깊숙한 곳,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미산이 있다

그곳은 강원도의 내면(內面),

미월(未月)*의 사람들이

검은 쌀로 밥을 짓고

물살에 떠내려가는 달빛이

서어나무 소매를 적시는 곳

나는 갈 곳 몰라

불 꺼진 민박에 방을 얻고,

젊은 주인 내외는

버릇없는 개를 타이르며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멍든 개가 물고 간

신발을 찾아

어둠속을 뒤지는 밤,

미산에서는

좁은 개집에서도

으르렁거리며

푸른 별이 빛난다

 

* 음력 유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누구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자기만의 미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살에 떠내려가는 달빛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곳. 언제 찾아가도 젊은 주인 내외버릇없는 개한 마리가 말없이 반기는 곳. 불 꺼진 방에 짐을 풀고 세상살이에 지친 몸을 눕히고 싶은 곳. “좁은 개집에서도” “푸른별이 빛을 내는 곳. “미월(未月)”이 아니어도 불쑥 들러 검은 쌀로 지은 밥 한술 뜨고 버릇없는 개물고 간/ 신발같은 건 잠시 잊어도 좋은 곳, 그런 곳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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