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 / 박후기
지도 깊숙한 곳,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미산이 있다
그곳은 강원도의 내면(內面),
미월(未月)*의 사람들이
검은 쌀로 밥을 짓고
물살에 떠내려가는 달빛이
서어나무 소매를 적시는 곳
나는 갈 곳 몰라
불 꺼진 민박에 방을 얻고,
젊은 주인 내외는
버릇없는 개를 타이르며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멍든 개가 물고 간
신발을 찾아
어둠속을 뒤지는 밤,
미산에서는
좁은 개집에서도
으르렁거리며
푸른 별이 빛난다
* 음력 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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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자기만의 “미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살에 떠내려가는 달빛”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곳. 언제 찾아가도 “젊은 주인 내외”와 “버릇없는 개” 한 마리가 말없이 반기는 곳. 불 꺼진 방에 짐을 풀고 세상살이에 지친 몸을 눕히고 싶은 곳. “좁은 개집에서도” “푸른별”이 빛을 내는 곳. “미월(未月)”이 아니어도 불쑥 들러 “검은 쌀”로 지은 밥 한술 뜨고 “버릇없는 개”가 “물고 간/ 신발”같은 건 잠시 잊어도 좋은 곳, 그런 곳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