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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이강하의 ‘타샤의 정원’ 해설

  • 입력 2021.07.0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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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정원 / 이강하

 

   넓어진 길의 끝부분이 꽃무늬 두건을 쓰고 차를 마시고 있다 찻잔의 온도는 뜨겁고 발가벗은 나무 위 새소리가 차끈하다 스쳐간 당신의 사랑이 무작정 같지 않아서 외려 산속 공중은 광활하다

   지붕과 나무 사이가 깊고 붉어서 괜찮다라는 형용사로 수십 미터 공중을 끌어내려 매만져본다 뒤틀린 어제의 잡음을 골라내면서 이별한 꽃과의 관계는 영원히 행복하기를

   푸른 공중은 나비들의 날개가 넘어야할 길이 겹쳐진 피안이다 새 울음이 발라진 단풍 길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도 마찬가지일까?

   부서진 내 오른쪽 어깨의 한 모퉁이가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다 먼저 간 사람과 죽은 꽃들이 공중을 오고간다 돌담을 헤아리며 바람의 구멍을 궁금해 하면서 차분함과 용맹함이 모인 말의 분화구를 생각하는 밤,

   어느새 타샤의 마당이 하얗다 토끼와 강아지들이 뛰어다닌다 먼 미래 언덕까지 하얘지는 바이올린 소리, ! 내일이면 성탄절이군요? 통증을 견뎌낸 선()의 방에도 익은 계절이 뚝뚝 떨어지겠어요 눈이 펄펄 내리듯 은백색 고요의 깃발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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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그림책 작가 타샤 튜더는 나무나 꽃을 심고 가꾸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그녀는 인세를 모아 산속에 옛 정취가 느껴지는 집을 지었습니다. 그곳에서 옛날 옷을 입고 꽃을 가꾸며 살았습니다. 장작불이 타오르는 난로에서 파이를 굽고, 손수 기른 열매로 잼을 만들고, 흙과 꽃, 나무와 벌레, 그리고 햇빛과 대화하며 살았습니다. 이 작품 속에서 타샤의 정원은 아름다운 꽃밭을 맨발로 거니는 여인과 그 뒤를 졸졸 따라오는 강아지와 토끼들, 겨울이면 은백색 고요의 깃발들이 펄럭이는 아름다운 곳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화자는 피안으로 영영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며, 아마 지금쯤 그 사람은 나비가 되어 푸른 공중을 넘어 타샤의 정원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허한 마음을 달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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