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의 사람 / 최서림
집을 설계하면서도
시인은 집 밖에 머문다.
릴케처럼 집을 짓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새 집을 지어놓고도 자신은 들어가지 않는다.
체 게바라같이 끊임없이 허물고 짓다
영원히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시인은 길 위에서 구르다 죽는다.
그가 굴러가는 길이 곧 시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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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의 집을 짓는 사람입니다. 시의 “집을 설계하면서도” 시인은 “집 밖에” 머물러야 합니다. 시인은 “새 집을 지어놓고도 자신은 들어가지 않”아야 합니다. 안주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안주하지 않기 위해서 시인은 끝없이 세상을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끊임없이 허물고 짓”고를 반복해야 합니다. 그래서 시인의 삶은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습니다. “시인은 길 위에서 구르다 죽는” 운명을 가진 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