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기자명 내외일보

<칼럼>세계 정치지도자들의 위기

  • 입력 2011.11.13 13:22
  • 댓글 0

객원논설위원 이상용

21세기를 희망찬 세기로 기대했던 인류는 2011년도 다 저물어가는 지금, 전 지구적 경제위기로 큰 몸살을 앓고 있다. 작금의 경제위기가 잘 풀리지 않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이에 대해 현재의 경제위기는 정치적 무능과 방조에서 비롯되었다는 비판에 동조하는 전문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얼굴 두껍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리스의 파판드레우 전 총리와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자국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원인제공자이자 사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인들과 함께 전 세계인들의 축복 속에 흑인 대통령으로서 취임했으나 국민과의 소통에서 실패하고 야당을 포함해 국민을 이끌고 가는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명명백백하게 잘못을 저지른 월가를 통제하지 못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직접 나서 월가에 향해 매를 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가 정의의 대리자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어떤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이웃을 불안에 떨게 한 지진을 당하고도 정치의 무기력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본 국민들은 훌륭한 정치가를 만나지 못해 깊은 절망감에 신음하고 있다.

오늘날 정치지도자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나, 비민주주의 국가에서나 모두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정치 위기는 경제 위기의 원인이 되고 경제 위기는 다시 정치 위기를 확대 생산하고 있다. 정치와 경제가 상호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오늘날의 특징적 현상이다.

그렇다면 정치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가. 정치지도자의 자질은 평소에는 잘 판별할 수 없지만 나라의 운명을 바꿀 중대한 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때, 그 진면모를 알 수 있다. 이 시점에서 한미FTA가 그런 문제가 아닌가 한다.

정치지도자는 우리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고, 나아가 대의를 위하여 자신과 자기 파의 소의를 버릴 수 있는 책임감을 갖는 사람이어야 한다.  

한미FTA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어떤 이념을 선호하는 것과는 다른, 국가의 번영이 달린 문제이다.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하여 한미FTA를 찬성하고, 지지하지 않는다고 하여 반대한다든가 할 그런 사안이 아니다. 양쪽의 의견을 들어보니,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가 한미FTA에 반대할 결정적 이유로는 빈약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보면 미국을 우리가 도저히 넘지 못할 ‘거대한 장벽’으로 보는 것 같다. ‘미국식 시장만능주의’니 ‘소송 잘하는 나라’니 하는 말을 쓰는 걸 보면 미국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아직도 반미 감정만으로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으로 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세계는 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약해진 반면에 중국은 항공모함을 진수하고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리며 ‘호전적’ 언사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런 판세에서 미국은 군사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더욱 가까이 해야 하는 상대임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한국 경제가 좀 발전했다고 하나, 대외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고, 또 그와 같은 대외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출 수도 없는 나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ISD를 둘러싼 논쟁은 이제 그 정도면 됐다. ISD가 정말 문제라고 하면 재협상을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집권당이라면, 또한 수권정당이라고 한다면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고 국회 안으로 들어와 논의를 하고 표결로 결정내야 할 것이다. 정치지도자는 중요한 나랏일을 ‘결정’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공직자임을 상기시켜 주고자 한다. 더 이상 시간을 끌고 결정을 회피한다면 국민들은 정말 새로운 정당을 찾을 지도 모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면 후회할 이시각 핫이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