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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고재홍 기자

[칼럼] 아프간 교훈,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 입력 2021.09.0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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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아프가니스탄 미군 철군 시한 하루 앞인 지난달 30일, 카불공항에서 미국 도나휴 장군이 탈출 수송기에 올라 철군을 마감했다. 20년 아프간 전쟁은 탈레반 재집권으로 끝났다.

이슬람 근본주의 ‘오사마 빈 라덴’이 창시한 극단적 이슬람 무장세력 ‘알카에다’가 주도한 2001년 9.11테러가 발단이다. 자유무역·시장경제 상징 110층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세계 최강 군사력을 상징하는 육·해·공 미국 국방성 ‘펜타곤’이 공격을 받았다. 항공기로 들이받는 자살테러로 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이 붕괴됐다. 항공기 두 대가 각각 건물에 충돌한 후, 엄청난 분진과 화염을 내 품으며 무너지자 도망치는 인파 화면이 생생하다. 사망자 3천, 부상자 6천 피해와 함께 미국 자존심과 체면은 추락했다. 미국 참전으로 당시 아프간 탈레반 정권을 몰아내고, 시작한 것이 20년 전쟁이다.

전쟁 중반인 2011년 5월, 끈질긴 추적 끝에 오사마 빈 라덴을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사살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미국 실황실에서 라덴 사살 작전을 지켜보는 화면은 미국 정점이었다.

그러나 2천조 이상 투입한 미군은 지난달 철수했다. 부패가 극심한 아프간 정부에 지원한 막대한 군비가 탈레반에 흘러갈 정도였다. 바이든이 지난 5월 1일 미군 철수를 발표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했다. 미국 조력자나 서방 교육 등 민주적 시스템에서 공부한 학생 및 재력가 탈출이 이어졌다.

“탈레반은 반대하나 아프간 국민과 군대가 싸우지 않는데 미국 젊은이가 아프간을 위해 피 흘릴 수 없고, 우리가 (대신) 싸워 줄 이유가 없다.”는 바이든 발언은 아프간 상황을 함축했다. 아프간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도 카불이 함락되기 전날까지 “죽기로 싸우겠다.”고 미 국무장관에 다짐한 다음 날, 해외로 도피했고, 막대한 현금을 실지 못해 카불공항 활주로에 버려두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군보다 대통령 해외 도주가 보름이 빨랐다. 카불공항 가는 길은 탈출 인파와 탈레반 저지로 막혔고, 미국 수송기에 매달려 추락·사망하는 장면은 충격이다. 미국이 발을 빼자 몇 달도 안 돼 한반도 세 배 면적 아프간이 일거에 함락됐다.

월남 부정부패로 1975년 4월, 사이공(현 호찌민) 함락 직전 미 대사관 직원 헬기 탈출과 2021년 8월, 아프간 주재 미 대사관 옥상에 착륙한 헬기 탈출이 겹쳐진다. 얼마나 다급했는지 미국인 수백 명과 아프간인 조력자 수만 명을 대피시키지 못하고 철군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신라 골품제와 고려 말, ‘이인임’ 뇌물 인사로 대표되는 부패·비리는 국가 멸망 원인이다. 조선시대 음서蔭敍는 양반자제 등용문으로 전락했다. 백성은 나 몰라라 한양·평양·의주까지 도피하며, 명나라로 도피까지 고심했던 선조와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다가 청군에 항복하며,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를 했던 인조의 삼전도 굴욕은 치욕의 역사다. 고종과 민비 매관매직은 “관찰사는 십만 냥에서 이십만 냥, 일등 고을 수령은 오만 냥 이하로는 어려웠다.”고 ‘황현(1855-1910) 매천야록’에 기록됐다. 민씨 척족 부패는 탐관오리로 확대돼 백성은 초근목피였다. 백성을 지키기는커녕 일본군과 연합한 관군이 반봉건·반외세를 내건 수십만 동학군을 살육한 직후, 그 일본군에 민비가 시해되고, 동학혁명 15년 후, 조선까지 패망해 일제강점기를 경험한다. “부패·비리 봉건왕조를 유지하려 문호개방도 개혁도 막다가 외세와 결탁해 백성을 살육해 싸워줄 백성이 사라지니 외세에 나라를 뺏긴 것이다.”

베트남은 프랑스·일본·프랑스·미국이나 한국 파병군을 상대로 승리한 후, 과거를 잊고, 이들 나라와 손을 잡고 ‘도이 모이(쇄신)’ 정책으로 상징되는 경제개방과 개혁으로 무섭게 발전하나 아프간은 극단적 이슬람 등 종교 및 민족 분열로 베트남 길을 가기 쉽지 않다.

작금의 국내 상황을 보자. LH사태와 정치인 부동산 투기로 잡음이 그치지 않는다. 여야도 정도 차이만 있을 뿐이다. 입시·채용 비리도 여전히 잡음이다. 두 대통령이 수감 중이고, 상층부 기득권 세력 부패는 여전하며, 아파트 폭등과 코로나로 국민은 고달픈데 대선 권력싸움만 피 튀긴다. 엄청난 투기 지방의원까지 지자체장 등을 노린 부와 권력에 대한 탐욕은 끝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온갖 막말을 들어가며 굴욕적일 정도로 유화정책 펴나, 북한 핵폐기 조짐은 없고,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멋대로다. 하찮은 통신선 개통과 단절을 반복할 때마다 울고 웃는 상황이다. 고모부과 친형까지 살해할 정도로 기득권 고수를 위한 3대 세습 북한은 체제 붕괴를 우려해 개혁도 개방도 못하니 핵무장을 선택했다. 일부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유라시아 철도도, 시속 2-3백km로 달리는 고속철도가 북한 주민에 엄청난 격차를 확인시켜 공사도 끝나기 전, 체제 붕괴 우려로 수용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해방 전후와 달리, 똑같이 6.25 전쟁을 하고도 지구촌 10대 강국 한국인이 빵도 자유도 없어 탈북인이 넘치는 북한 기피는 당연하다. 풍요가 넘치는 평화시대가 지속되니 국방력을 간과하고, 곳곳에서 군부대를 기피·혐오시설로 취급한다. 아프간 철군으로 미국 여력이 많아져 동북아 안보는 좋아진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나라는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고, 치욕의 역사는 반복된다.” 아프간 사태가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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